프롤로그

겨울나기

by 겨울나기 이코치



매년 찾아오는 겨울


우리나라는 감사하게도 사계절이 있습니다.

덕분에 계절의 어여쁜 모습도 미운 모습도 고루 보며 살고 있지요.


어린 시절부터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매년 찾아오는 겨울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되면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유독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옷을 몇 겹씩 껴입어 제 몸보다 옷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도 싫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겨울을 좋아하지 않던 저에게도 눈이 온다는 소식은 왜 그리 반갑던지요.


하얀 눈이 마당에 소복하게 쌓이면 동생과 맨손으로 나가 손이 빨갛게 되는 줄도 모르고

눈을 뭉치고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바닥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 눈썹과 코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동생만의 눈사람이 탄생했죠. 자연이 거저 준 것으로 우리의 것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근사한 일이었습니다.


집 뒤쪽 가파른 언덕에 올라가 엄마가 버리려던 포대자루를 바닥에 깔았습니다.그리고 두 발을 힘 있게 바닥에 딛고 포대자루를 끌며 언덕을 빠르게 타고 내려왔습니다. 무엇이 그리 좋았던지, 추위는 잊어버린 채 동생과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리던 즐거운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겨울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에게 겨울은 평생 간직할 만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심리적으로 혹한기를 경험하면 ‘겨울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요? 그랬다면 제가 이 겨울나기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오는 일도 없었겠지요?우리는 자연의 섭리대로 매년 계절의 겨울을 만납니다. 인생의 겨울도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순간, 문득 나를 찾아옵니다.


어떤 이는 이따금씩,

어떤 이는 자주,

또 어떤 이는 한 번 찾아온 혹한기가 끝날 줄을 모르기도 합니다.


제게도 여러분과 같은, 수많은 여러 모양의 겨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왜 내 인생은 다른 이들보다 겨울이 자주 찾아왔을까?’라는 푸념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계절의 겨울이 제게 선물을 건넸던 것처럼 인생의 겨울도 제게 소중한 선물을 남기고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은 겨울을 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겨울이 나를 찾아온다면 잘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압니다.


모두가 겨울나기를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겨울을 나지 않기에, 우리 각자에게 무해한 겨울나기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싶습니다.

월, 수,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