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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Feb 24. 2024

젊은 우리 강알리

부산 #광안리 예찬론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누군가 생일 특별하고 어쩌면 요란하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쩐지 내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는 것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타지에서 혼자 지내온 터라 생일을 홀로 보내는 날이 많았어서 그날이 특별하지 않다고 되뇌어야만 울적함을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자랑 대잔치가 되어버린 생일 앞에서,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365일 중 어느 하루일 테지만, 나에게 특별함을 선물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광안리로 향했다.




웰컴투 광안리


개인적으로 광안리가 좋은 이유는 그 시선 끝에 광안대교가 걸쳐있어 부산의 여느 바다보다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뻥 뚫린 시원한 바다의 풍경 필요한 날에는 주로 송정이나 기장으로 향하곤 하는데, 반면 저 멀리 광안대교가 보이고 뒤로는 관광객과 젊은이들로 가득한 시끌벅적한 바닷가인 광안리가 문득 생각나는 날도 있는 이다. 광안리는 사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계절 사람들이 북적다. 그중에서도 광안리의 열기가 한층 데워지는 때가 바로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여름이다. 여름이면 광안리는 관광객이며 부산의 젊은이로 생동하는 느낌마저 준다. 광안리는 좁은 골목이 많아 차로 다니기 쉽지 않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아주 가까운 거리도 차를 이용하게 되어 소위 걸을 일이 잘 없는데, 광안리만큼은 특히 주말이면 차보다 두 다리가 더 빠른 곳이라 도보로 이동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왁자지껄한 생기를 느끼며 걸어다는 것이 잘 어울리는 동네다.



여기서 지금 와이프랑 첫 데이트 했다 아입니꺼!


1950년대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광안리의 역사는 1970년대 간척사업을 통해 그 토지를 다져 오늘날 재개발뜨거운 감자이자 당시(사실 뭐 지금도) 최고의 부촌인 '남천 삼익비치'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광안리의 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후 광안리 현대화에 발맞추어 회센터가 들어서면서 당시 '핫한 데이트 성지'였다며 소싯적 광안리에서 피어난 러브스토리를 한 두 번 들어본 것이 아니니 어쩌면 광안리는 그때부터도 젊음의 동네였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2003년 광안대교 개통과 함께 노후화된 시설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시대에 발맞추어 크고 작은 시설들이 등장하면서 지금의 트렌디한 광안리 해수욕장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어갔다.

 



강알리에는 맛집이 많데이


2023년도 기준 부산 해수욕장 중 방문객수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곳은 해운대(약 818만 명)지만, 2위가 광안리(425만 명)이다. 해운대야 워낙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라지만, 그래서인지 먹거리 역시 관광객 겨냥으로 그 맛이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해운대에서 지내고 있집 근처 맛집이란 맛집은 위장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대한 다니고 있지만, 지인들이 해운대에서 뭐 먹을 곳 없냐고 물어보거든 단숨에 떠오르는 맛집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한데 광안리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민락역을 시작으로 느그 서장이 살았다던 남천동으로 유명한 남천역까지 부산 지하철 2호선 5개 정거장을 쭉 따라 광안리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흔히 떠올리는 광안리 해변 옆 상권보다도, 골목골목 들어오면 숨겨진 맛집이 많은 곳이 광안리다. 광안리야 말로 오션뷰를 포기하면 맛을 확보할 수 있는 맛의 동네기도 하다. 예전까지만 해도 '마 부산 왔으면 회 아잉교!' 하며 광안대교가 보이는 횟집에서 비싼 돈 주고 회 코스를 먹었다면, 이제 광안리를 오는 날이면 기분 따라 골라먹는 메뉴조차 다양해진다.


  수영구청 인근 골목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밀면골목에서 시원한 밀면 한 사발에 직접 손으로 만든 따끈따끈한 만두(자칭 만두감별사로서 가게에서 파는 냉동만두는 진짜 싫어합니데이)까지 곁들여 단짠단짠이 아닌 뜨차뜨차 한 끼를 먹을 수도 있고

금련산역 근처에는 울산에서 유명한 언양불고기집이 모여있는데 비싼 가격이지만 또 이모님들께서 구워주신다는 장점이 있어 '여가 승시경이가 앉았던 곳입니더' 하는 너스레를 듣다 보면 맛있고도 즐거운 한 끼를 즐길 수도 있고

엄청난 웨이팅으로 유명해서 웨이팅 광클로 겨우겨우 먹어본 돈가스집 '톤쇼우'를 비롯 인스타 핫플로 유명한 MZ맛집들이 즐비하며

→ 남천 해변시장이나 민락회센터 내에 횟감을 산 뒤 요리를 따로 부탁하는 이른바 초장집에서 회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낭만도 있고

→ 빵순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른바 광안리 빵지순례로 유명한 '더베이베이커리', '서희와제과', '바닷마을과자점' 등 크고 작은 빵집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빵천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무엇보다도 밤에 오면 이자까야는 물론, 핫한 펍이나 위스키바 등 술집 역시 많다!


여기는 '백석'이라는 LP바고요, 눈이 안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조용히 손님을 맞이해줍니다 추천합니데이!




강알리는 제법 재미도 있데이


광안리는 부대행사 또한 많은데, 여기까지 글에 담으면 마치 광안리 홍보대사 같긴 하지만 행사를 빼고 광안리를 논할 수는 없으니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먼저 매주 토요일 광안리 밤바다 상공을 가득 채우는 드론쇼(정식 명칭은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가 있다. 또 일 년에 한 번(작년은 두 번이었지만!) 부산의 대표 행사인 불꽃축제가 이곳 광안리에서 개최된다. 음악에 맞춰 광안대교 근처에서 시원하게 쏘는 불꽃을 보면 제법 낭만이 있다. 부산출신 친구 말로는 고향 사랑이 뿜뿜 살아난다나 뭐라나. 인파가 제법 몰리는 행사라서 사실 '붓산러'들은 굳이 가지 않는다지만 타이밍과 위치만 잘 잡는다면 한 번쯤은 가볼 법하다. 웃돈 주고 광안리 해변 따라 오션뷰 자리를 선점하는 방법도 있고, 길거리에서 보다가 광안리 골목 안에 있는 식당으로 쏙 들어가 인파가 조금 한산해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으니 이는 선택에 맡기겠다.  외에도 정월대보름인 오늘만 해도 광안리 일원에서 달집 태우기 행사까지 진행한다니, 광안리를 찾을 일이 있거든 아주 조금의 수고로움으로 인터넷에 늘 광안리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검색해 볼 것을 추천한다.


광안리는 항상 축제분위기입니더


광안대교를 두 발로 밟아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도 있다. 바로 마라톤이다. 이쯤 되면 부산은 관광에 진심인 도시라서 광안대교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벤츠런을 시작으로 밤에 뛰는 나이트레이스, 그리고 부산바다마라톤까지, 일 년에 서너 번 차 대신 두 다리 광안대교를 밟아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한다. 차를 타고 곡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광안대교달리는 느낌도 충분히 좋지만, 두 다리로 광안대교를 지날 수 있다는 특별함 때문인지 부산사람들은 물론 타지에서도 많이 방문하는 행사다. 나 역시 작년에도 벤츠런에 참석했고 올해도 참석할 예정이라 광안대교를 두 번이나 내 다리로 건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광안대교 위를 언제 두발로 와보겠습니꺼


오바한 김에 조금 덧붙여보겠다. 광안리는 즐길거리도 많다. 해운대(수영만 요트경기장이나 동백섬)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요트투어가 이곳 광안대교를 찍고 돌아가는 한 시간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전에 한강에서 부모님 모시고 요트를 한 번 타본 적이 있었는데 좋다고 잘 표현하시지 않는 부모님의 입에서 딸 둔 덕이 있네!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이모들을 모시고 부산 요트를 탔는데, 아 역시나 만족도 최상이었다! 특히 한강과 비교하자면 요트가 많아서 그런지 가격도 저렴하고 투어 시간도 더 길기 때문에 실컷 인증샷을 찍고도 남아 차분히 앉아 해운대와 광안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광안대교 위에만 지나가봤지, 대교 아래를 지나갈 기회는 정말 흔치 않으니 요트투어는 꼭 추천한다.


특히 해질녘 선셋투어를 가면 폭죽도 쏴줍니더


물을 좋아한다면 광안리 앞바다를 유유히 횡보할 수 있는 패들보드 역시 대표적 즐길거리 중 하나다. 패들보드(Paddleboard)는 말 그대로 기다란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가는 해양레포츠로, 보드 위에 앉거나 서서 중심을 잡고 노만 저으면 되기 때문에 서핑 등 해양스포츠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광안리에는 패들보드를 타고 광안리 앞바다를 노닐다가 해가 지거든 바다 위에서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연계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취향껏 즐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은 워낙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패들보드를 타본 적이 있어서 올여름에는 광안리 앞바다에서 한번 도전해 볼 계획이다!


(휴, 이 정도면 비공식이지만 광안리 홍보대사라도 해도 될 정도다 헥헥)




다시 돌아와서 작년 생일날. 내 생일은 한여름날이므로 언제나 더웠지만, 호기롭게 바닷가를 찾은 것은 또 처음이었다. 평일이었지만 한여름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올해 생일만큼은 부끄러움 대신 내가 나에게 주는 특별함을 선물하고 싶었달까. 왠지 모를 생일의 낭만에 취해 혼자 '부산스럽'이라는 셀프사진관에 들려 가장 젊은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서 맛있는 점심 한 끼를 먹고 싶어 근처 식당에 케밥 하나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포장해서 모래사장을 찾았다. 혼자 바닷가에 앉아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암, 하면서 모래사장을 밟는 순간 깨달았다.


너무 뜨겁다...!


대충 끼니 때우고 집이나 돌아가야겠다면서 모래사장이 아닌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아, 엉덩이도 뜨겁다ㅠㅠ' 낭만이고 나발이고 도저히 한여름 뙤약볕 해수욕장 어느 곳에서도 서 있을 수도, 앉을 수도 없어서 그렇게 땀 흥건히 집에 돌아와 얌전히 밥 먹고 낮잠이나 잤었다는 뜨거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의 생일날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마도 십여 년이 지난 미래의 내가 광안리를 돌아보거든 우당탕탕 실수투성이 젊은 날의 내가 떠오를 테지. 광안리 하면 수년 전 첫 데이트가 떠오르는 이들처럼, 나 역시 광안리는 어쩌다 팔자에도 없는 부산에서 부산스럽게 지내던 나날 중 뜨거웠던 하루로 기억될 듯하다. 광안리는, 아니 강알리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젊음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생일도 광안리나 가볼까?!


아무래도 지는 올해 생일에도 타죽고싶나봅니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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