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동부산을 떠나 서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졸지에 뜨거운 여름날 가장 핫한 해운대를 뒤로 한 채비교적 한적한 낙동강변에 둥지를 트게 되었다.해운대를 떠나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부산은 지천이 바다라 새로이 지내게 된 이곳은 다대포로 이어지는 낙동강 하구가 코 앞에 있다. 문 열면 또 다른 습기가 느껴지는 동네랄까.
해운대에서의 생활에 꽤 적응을 한 탓인지 초여름부터 시작된 서부산살이가 퍽 어색하게 느껴졌다. 타지생활이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던 어제는 금세 잊어버린 것인지 이제는 동부산이 익숙해졌다며 그리움 비슷한 감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해운대에서 바라본 저멀리 달맞이길
평일 아침 해운대는 the love...
좋아하던 동백섬 밤산책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캠핑을 위해 몇 번 찾았던 삼락생태공원부터 화명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까지, 낙동강을 따라 녹음이 잘 보존된 공원들이 넓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부산은 공단이 넓게 위치하고 있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면 익숙한 도시의 회색빛을 마주할 수 있지만, 그 반대편은 영남의 젖줄이라는 길쭉한 낙동강 자락을 따라 제법 푸르름이 인상 깊게 퍼져있다.골목 구석구석으로 파고들면 색 바랜 도시의 민낯이 숨겨져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흔한 대도시의 빌딩숲이 아닌 낙동강 끝자락을 꽉 붙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아침 마주하는 싱그러운 낙동강과 삼락공원
무엇보다도 이 동네의 가장 큰 매력은 황홀한 낙조를 매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기 마련이니깐, 동부산인 해운대에서 뜬 해는 이곳 낙동강변을 따라진다. 올해 1월 1일 해돋이를 부산의 동쪽인 해운대 해변에서 보았는데, 한 해의 절반이 지나니 어느새 해가 지는 서쪽에서 매일 저무는 여름날의 해가 만들어내는 노을을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노을맛집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하였는데 내 모습이 딱 그렇다. 바다의 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부산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흘러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새로움은 언제나 시행착오를 벗 삼아 뿌리를 내리는 법이니깐, 초여름부터 시작된 서부산에서의 나날들이 크고 작은 파도에 흔들리다가 이제 겨우 제 속도를 찾아가는 모양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목표는 행복이요, 내 일상의 가장 큰 목표는 평안함일 뿐인데. 언제나 이마저도 쉬이 주어지지 않는 운명의 얄궂음에 오늘도 이마를 탁 치니 아뿔싸 제법 땀이 식은 것이 여름의 끝자락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