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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Aug 15. 2024

낙동강 썸머 블루스

#부산 낙동강변에서 여름나기

정신 차리고 보니 낙동강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동부산을 떠나 서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졸지에 뜨거운 여름날 가장 핫한 해운대를 뒤로 한 채 비교적 한적한 낙동강변에 둥지를 트게 되었다. 해운대를 떠나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부산은 지천이 바다라 새로이 지내게 된 이곳은 다대포로 이어지는 낙동강 하구가 코 앞에 있다. 문 열면 또 다른 습기가 느껴지는 동네까.

 

해운대에서의 생활에 꽤 적응을 한 탓인지 초여름부터 시작된 서부산살이가 퍽 어색하게 느껴졌다. 타지생활이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던 어제는 금세 잊어버린 것인지 이제는 동부산이 익숙해졌다며 그리움 비슷한 감정까지 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해운대에서 바라본 저멀리 달맞이길
평일 아침 해운대는 the love...
좋아하던 동백섬 밤산책길


그나마 다행인 은 캠핑을 위해 몇 번 찾았던 삼락생태공원부터 화명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까지, 낙동강을 따라 녹음이 잘 보존된 공원들이 넓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부산은 공단이 넓게 위치하고 있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면 익숙한 도시의 회색빛을 마주할 수 있지만, 그 반대 영남의 젖줄이라는 길쭉한 낙동강 자락을 따라 제법 푸르름이 인상 깊게 퍼져있다. 골목 구석구석으로 파고들면 색 바랜 도시의 민낯이 숨겨져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흔한 대도시의 빌딩숲이 아닌 낙동강 끝자락을 꽉 붙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아침 마주하는 싱그러운 낙동강과 삼락공원


무엇보다도 이 동네의 가장 큰 매력은 황홀한 낙조를 매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기 마련이니깐, 동부산인 해운대에서 뜬 해는 이곳 낙동강변을 따라진다. 올해 1월 1일 해돋이를 부산의 동쪽인 해운대 해변에서 보았는데, 한 해의 절반이 지나니 어느새 해가 지는 서쪽에서 매일 저무는 여름날의 해가 만들어내는 노을을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노을맛집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하였는데 내 모습이 딱 그렇다. 다의 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부산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흘러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새로움은 언제나 시행착오를 벗 삼아 뿌리를 내리는 법이니깐, 초여름부터 시작된 서부산에서의 나날들이 크고 작은 파도에 흔들리다가 이제 겨우 제 속도를 찾아가는 모양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목표는 행복이요, 내 일상의 가장 큰 목표는 평안 뿐인데. 언제나 이마저도 쉬이 주어지지 않는 운명의 얄궂음에 오늘도 이마를 탁 치니 아뿔싸 제법 땀이 식은 것이 여름의 끝자락인 듯하다.


이렇게 부산에서의 두 번째 여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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