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버스를 타는 건 나같은 "빨리빨리" 한국인에게는 쉽지 않다.
버스가 30분에 한 대씩 오고 가끔은 늦거나 정해진 도착시간보다 빨리 와버려서 제시간에 도착해도 버스를 놓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작은 동네에서 버스를 탈 때 마주하는 즐거움은 항상 보던 기사님이 나를 태워주신다는 것과 그 밖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같은 버스 안에서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가끔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서로가 가진 이야기를 꺼내놓는 시간도 있는데, 거기서 기다림의 미학을 만났다.
하루는 자동차 엔진불이 켜져 정비소에 차를 맡겨놓았다. 그리고 집에 택시를 타고 돌아갈까 하다가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정류장에는 먼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노인이 있었다.
"Hey, How are you?"(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나요?)
"I am good. How are you?" (네. 잘 지내고 있나요?)
"Good. You are beautiful. Are you married?"(네. 당신은 아름다워요. 결혼했나요?)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본 그 노인은 내가 아름답다며 나의 결혼유뮤부터 물었다. 그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놔두기 싫어 그냥 결혼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 남편은 복받았다며 남편은 나이가 몇살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어떤 버스정류장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뜬금없는 맥락이었다. 조금은 불쾌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는 질문들의 연속에서 나는 궁금해 되물었다.
"How about you? Are you married?" (당신은요? 결혼했나요?)
그러자 그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본인은 일흔 여섯살이며 정원사로 일하고 은퇴했다고. 그리고 자신은 여태것 결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본인이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건지 물었고 노인은 그건 아니라고 했다. 알코올 중독자로 삶의 절반을 살았던 노인은 그동안 알코올이 자신의 옆에 있던 사람들을 떠나게 했다고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그 때문에 큰 심장수술도 했고 그렇게 죽겠거니 생각했다고 했다. 간신히 살아 움직이는 지금, 노인은 온몸을 다해 지나온 삶을 후회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어서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See you again."(다시봅시다.) 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각자의 세상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가끔 먼훗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을 감는 아름다운 상상을 한다. 그 노인과 단 5분정도밖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가나와 같은 바람을 하고 이루기 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나를 신경쓰이게 한다.
노인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까. 그에게 남은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버스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그가 살아갈 이유를 찾기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