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스 팔마스
내가 스페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페인에 대한 첫 인상 때문이었다.
대학교에서 단기 교환학생프로그램으로 스페인의 작은 섬 라스 팔마스에서 시간을 보낸 적 있다. 삼 일 째 되던 날 열린 가방을 들고다니던 나는 그 가방속에 있던 새로산 핸드폰을 도둑 맞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책임져 주시던 Florence(플로렌스)라는 선생님께서는 아주 친절하게도 집에 있던 두꺼운 옛날 핸드폰을 빌려주셨다.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내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가야하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종이 지도를 가지고 경찰서를 찾아 나서야 했다.
버스에 타자, 그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종이 지도를 들고 탄 어리둥절한 아시아인 여자. 그들에게 나는 아주 흥미로운 탐구주제였을 것이다.
그 때의 나는 스페인어를 하지 못했고, 그 사람들도 영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친절하게 나에게 손짓으로 어디에 가냐고 물어보고 나는 지도에 있는 경찰서를 가리켰다. 다행히도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경찰서로 향하는 버스였고 그 호기심어린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 덕분에 경찰서를 지나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경찰서 안에서 였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그냥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라는 눈치였다.
그래서 플로렌스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은 남편 알렉스(Alex)와 바로 차를 타고 경찰서로 와 주셨고 덕분에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플로렌스 선생님은 프랑스 사람인데 이탈리아 사람인 남편 알렉스와 라스 팔마스의 보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잘 알 고 있는 건, 선생님은 지팡이를 짚고도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다 데려가 주시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단지 휴대폰을 빌려준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한국이라는 타지에 왔을 때 어떻게 환대해주고 도와줄 지 가르쳐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스페인이나 유럽의 어딘가에 갈 때면, 그리고 선생님이 그냥 생각나는 날이면 소식을 전한다.
지금은 선생님은 보트를 팔고 육지에 살고 계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라스 팔마스에 살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한 번 그 곳에 가고 싶어졌다.
다시 간다면, 모든 게 달라져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스페인의 작은 섬에 사는, 7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내가 겪은 일들과 경험들이 모두 진심으로 가득한 일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이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깊이 선명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