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는 근 2년정도 동안 서양 국가들에서 '외국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내 생김새만으로 나를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호주에 살 때는 호주식 영어를 하고 싶어 사람들을 따라하다가 호주식 억양이 생겼다. 그래서 호주를 떠날 때 공항에서 세금환급을 받으러 갔는데, 나를 호주사람으로 생각해서 '너는 해당사항이 없는데 왜 왔냐'고 오해를 살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말랑말랑한 코를 가진 나를 보고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이 만나지 못했으며 그 덕에 외국에서도 내가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항상 받아왔다.
한국에서 스페인어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 데, 선생님은 우리가 흔하게 생각할 만한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한국에서 3년동안 살았다고 했지만 아직도 이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생김새만 보고 자신을 외국에서 여행온 외국인 쯤으로 생각해 항상 영어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고 한국어 실력이 영어실력보다 훨씬 더 좋은 선생님은 때로는 오히려 당황스럽기 까지 하다고 했다.
거의 20여년 전 내가 어렸을 때 아빠랑 길을 가다가 외국인을 마주친 적이 있다. 우리는 너무 신기했고 아빠는 "'하이(Hi)' 해봐~" 했고 나는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마치 도전하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흘들며 "하이(Hi)" 했었다. 그 때는 그 사람이 한국어를 할 거라는 생각이나 아니면 한국에서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치지도 못했다.
한 두 번쯤 외국에 오랜 기간 동안 나갔다 오니 이제 어느정도 '외국인 같이 생긴' 한국인들이 제법 설자리가 생긴 것 같아보였다. 흑인한국인인 한 모델은 외국인 같이 생겼지만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색다른 이슈가 되어 한동안 TV에 많이 나오기도 했다.
2024년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다문화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5%가 넘으면 그 나라를 다문화 다인종 국가 라고 한다. 이제는 20명 중 한 명이 외국인 혹은 이민자 2세, 귀화인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유럽과 북미 외 지역에서 나오는 첫 다문화 다인종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길에서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와 내 나라는 변했고, 내가 기억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한국에서 어느정도 흔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외국인'의 정의를 다시 내릴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속의 '외국인'의 개념은 내려놓고, 누구라도 한국인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사회를 더 건강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