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큐즈미, 신혼여행 왔습니다 1
인생에 한 번. 혈당 스파이크가 빡! 올라야 하는 때가 있다면 정답은? 신혼여행! 이유는? 신혼여행!
신.혼.여.행.이다. 설명이 필요할까. 이름을 보든 시기를 보든 의미를 보든, 어딜 보더라도 보는 족족 단내가 진동하지 않던가. 저 친구의 영문명도 그렇다. honeymoon. 이름에 무려 꿀을 품고 있으니. 무가당, No Sugar여선 절대로 안 된다는 듯한 정체성… 뚝심있다.
우리는 그 무지막지한 고집에 긴 세월 세뇌 당해, 더없이 달콤해질 각오로 신혼 시즌에 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종의 허니문라이팅인 건가?
인생 39년 9개월 차. 구전 동화처럼만 여겨지던 당도 높은 여행을 마침내 내가. 당사자로 주인공으로, 신부 역할로 가게 되었으니. 4년 연인은 황금연휴까지 바짝 땡겨 18박 19일로 가는 2개국 6개 도시에서, 부부로서 첫 데뷔를 하기로 했다.
신혼여행에 기간이 기간이라 그런가. 해외여행 초짜라 그런가. 아님 그거에 저거 받고 감성충에 글쟁이기까지 한 도합 4단 콤보여서 그런가. 쓸 얘기가 너어무 많다. 자잘한 얘기들이겠지만 내겐 가치 있는 풀이들.
그걸 쓰려 다시 로그인한 브런치. 이곳에 발길을 끊은 지는 몇 달 됐을 거다. 들어줄 이 없는 나의 이야기를 이곳에 쓸 거라던 초심과 순수는 여전하지만, 부쩍 여기에서의 글이 권태로웠고 뻔했다.
브런치가 어쩌다. 브런치도 결국엔. 빈익빈 부익부 숫자 싸움터가 된 것 같은 느낌. 본판은 글 같지도 않거늘 제목만 세상 끼부린. 어그로 대잔치의 리스트를 보고 있노라면 맥이 빠졌다. 더 솔직히는 이 틈바구니에서 내 이야기도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겠구나 하는 오만한 불쾌함에 쓰기가 싫어졌다는 게 맞겠다.
제법 문장다운 글들로써 사람을 부르고 연결해준다기보다는 끝없는 홍보와 구애, 선심 및 대가성 하트의 순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장소같단 느낌에 나는 더 반응했다.
굉장한 블루오션인 것처럼 보여지나 실은 이미 너무 새빨간 레드오션이 돼버린 듯한 플랫폼.
물론 이건 내가 이 장소를 백분 알뜰하고 똑똑하게 활용하지 않고 내 글 쓰는 데에만 이용해서 오는 편협한 사고일 것임을 안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또 그렇다한들 나는 목 마른자. 쓸 수 밖에 없었고 또 여기에 쓰는 일은 언제나 즐거워왔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글년기도 아니고. 또 언제부턴가 그것도 딱 그때뿐. 쓰고 나면 배로 공허했기에 그 쓸쓸함이 싫어 쓰지 않고 몇 달을 살았는데. 상기와 같은 이유로, 최근 다시 쓰게 되었다.
신혼여행? 나 백만개 생각을 했고 인생을 배웠다. 써야할 길이 구만리다.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고른 곳은 튀르키예와 이집트. 적지 않게 그랬다. 신혼여행을 이집트? 왜?
그 질문을 하는 이유란 아마도 대개, 택시? 택시? 로부터 시작되는, 소위 말하는 눈탱이 맞고 호구 잡히며 기 빨리는 곳으로 어째서 굳이? 하는 염려에서였으리라.
알면서도 그 물음들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아무렴 당사자가 가장 잘 알 문제들 아니었을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취향이자 굉장히 신중했을 선택. 걱정과 우려도 고맙지만 그보단, 적더라도 공감과 호응을 꺼내주는 편이 그 나라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기 좀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왠지, 왜 굳이? 라고 하는 말들엔 퍽 그럴싸한 까닭으로 설득을 해야만 할 것 같은 피로감이 들어서 말이다.
뻔하더라도, 피라미드 보겠네! 라는 얘기로 맞아준다면 그 뻔한 피라미드 내 평생 언제 보겠나 싶어서! 점잖은 호들갑이라도 떨었을 텐데.
하지만 이런 속마음은 언제나 브런치 몫.
“체력으로나 시간으로나 지금 아니면 가보기 힘들 거 같은 나라? 사실 유럽에 흥미가 없어요“
해외여행에 쇄국정책이었어서 유럽 한 번도 안 가본 건 비밀. 근데 정말 뭔가 크게 마음이 동하는 나라가 없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1. 영국, 2. 스페인, 3. 프랑스 원하셨지만 나중에 기회 되면… 그러다 보니 둘이 보고 싶다며 마음이 맞은 게 '사하라 사막', '피라미드'가 있는 이집트였고 이집트만 가기에는 기간이 길어 튀르키예를 넣게 됐다.
고, 왜 이집트냐는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말하려면 나는 힘들고, 들으려면 그들은 굳이 들어야 할 필요성도, 중요도도 없는 얘기.
그랬다. 여기에서 새로운 에티켓 하나를 나는 발견했다. 우리 모두 타인의 신혼여행에 휴가에 기타 선택에 "왜 굳이?"의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은 한 번 참아보자는 것. 그러면 모두가 평온할 것이고, 영혼은 첨부 못 했어도 “정말? 좋겠다!” 로 그 신혼여행을 지지해준다면 서로 훈훈해질지어니 말이다. 혹시 아는가. 듣기 좋은 호응 한 마디가 신행 선물로 돌아올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