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딱 질색인데 어그로 오해받기 딱 좋은 제목이다. 억울하네. 나는 제목을 글 다 쓰고 짓는데. 아 맞다. 아무도 안 물어봤지.
요 이틀은 뭐랄까. 융단 폭격으로 떨어진 새 업무를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는 더럽게 고루하고 뻔한 표현을 쓰려는 걸까 나 지금? 그런가 보다. 그래 그렇네.
그래도 약간의 참신함을 더해본다면, 결혼 한 달 차 새신부가 이런 회고,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런 고리타분한 역할극엔 흥미 없는지라 저지르고 보겠다.
그러니까 과거 어떤 썸에서 들어봤다. ”바빠서 폰 볼 시간도 없었어“. 가소로웠다. 거짓말은 좋은데 성의는 보이시지? 1인 기업체야? 일을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생각했는데 어제오늘, 뒤늦게 역지사지가 됐다. 물론 그 썸남은 나에 대한 노관심을 회사 핵심 인력 컨셉으로 에둘러 티 낸 것일 수도 있는 부분. 승승장구해라.
새 신부 타이틀에 먹칠할 위험도 무릅쓰며, 해묵은 과거사를 꺼내 표현할 만큼 생 전쟁통이던 1.5일은.
내 영역이 아닌 데다, 해본 적 없는 일을 주시는지라 위에서도 미안해하실 만큼 긴박했던 상황에, 데드라인은 융통성 한 번 짜치게 없고, 결재 라인은 또 어쩌니 말문이 막히는 코스인지.
그뿐이랴. 제일 설상가상인 마지막 퍼즐도 있었으니. 그까짓 거 대충이란 건 없다는. 99프로의 센스와 1프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변태가 되겠다는 내가 바로 그 화상. 이건 아군도 나. 적군도 나. 포로도 나인 세상에 또 없을 전쟁이었으니.
오후 다섯 시 반. 드디어 역사도 다 품지 못할 그 과업을 고생했다, 잘했다 인정받으며 장렬한 성취감과 함께 클리어! 하면, 그로부터 30분 후인 여섯 시 칼퇴를 하는 게 당연지사인 전개거늘. 집에 안 가고 회사에 남음은 무엇도 아닌 이것을 후딱 쓰고 가기 위해서.
몸의 감이란 신기하지. 하루라도 글을 안 읽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최 영 장군님의 말씀은 익히 들어왔다지만. 장군님과 내가 같을 수 없는 일. 근데 뭐. 왜. 브런치 하루 안 들어왔다고, 왜. 뭐.
그래서 세어봤으니. 근래 2주. 정확히 14일 동안 내가 쓴 글 무려 11편. 근데 그 11편이 전부 장편 미친 장편. 근데 또 장편 중에 절반은 폰으로 한 미친 쓰기.
왜 그러는데. 이러는 데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지금도 그래. 퇴근도 마다하면서, 한다는 게 뭐 대단한 거면 몰라. 의도도 줄거리도 모르겠는. 손가락 관절이 다 불쌍한 이런 글을 이야기랍시고 왜 문장씩이나 만들어주고 있는 건데.
내가 나지만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와중에 다행은 쓰면서도 이 난해한 글을 어찌 마무리하나 근심하던 것이 방금 해결됐는 것. 브런치 출첵 글 쓴다고 앉아 있는 내게, 한 상사 분 물으시길.
"아니 왜 안 들어가세요? 벌써 싸우신 거예요? “
아쿠야. 남편 미안… 결혼 한 달 밖에 안 된 새신부가 싸워서 신랑 저녁밥도 안 차려주고 야근하는 것처럼 돼버렸네. 억울하면 어떻게, 오늘 밤에라도 칼로 물 베기 할래?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