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peace! 나의 오피스

3-1. 주문하신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나왔습니다

by 씀씀

뵙게 돼 영광입니다, 구미호님.

초면에 죄송하지만 혹시 일정 없으시면

한 달 정도만 꼬리 렌탈이 가능할까요?


# 2에서 계속됨


"내가 염소래. 염소"


서울 중구에서 전해 들은 이 이야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회사 내에서 염소로 불리어 왔다는 시작부터 불길한 내용으로, 의 친구가 그 주인공니다.


<전도유망한 그 여인은 왜 염소가 되었나?> 어쩐지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제목으로 어울리는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녀를 '염소'라 네이밍 한 것은 친구와 같은 직급인 A와 한 직급 낮은 B. 둘은 친구가 염소를 닮았다며 친구를 염소라 칭했, 이때부터 친구는 그 두 사람에게 본캐보다는 염소로 존재감 대폭발. 그야말로 맹활약했다.


이를테면 "염소 옷 좀 봐. 놀러 옴?" "염소 화장실 간다. 지금 2시 46분. 언제 나오는지 보자" "인사 왜 저래? 왜 웃고 난리. 나한텐 웃지 마 염소야 진짜" 같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둘의 메신저에 하루도 쉬지 않고 출연하는 빡센 스케줄을 소화한 것.


여기가 서울 도심인지 저기 대관령 목장인지 헛갈릴 정도로 메에~ 메에~. 그때도 그랬지만 다시 상기하는 지금도 언빌리버블한 이야기.


그 때 내 반응이란. 우절에 들었어도 품위 미달, 수준 이하의 저급 스토리라 용서 불가였을 것 같은 이야기가 거짓말도 몰카도 아닌 실화니 얼마나 놀랄 노자였겠는가.


그런데 보다 더한 놀랄 노자, 충격실화가 그 직후 일어났으니. 한편으로는 그게 또 이해가 갔다는 것이다. 험담의 내용과 그 작자들이 이해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일련의 현상이 어쩐지 몹시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차원에서의 이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구나 하는 것 말이다. 왜 그리 여겼느냐. 내 생각의 전말은 이렇다.


(놀랄 노자 측) 친구 회사는 그 분야 탑티어인 시에 사회에서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 친구는 거기서 열심히 했고 잘했고 또 조금의 운까지 따라줘, 직위만 봐도 비교적 높고 나이까지 감안해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직급이었다. 리고 그건 (나이는 좀 더 많았으나) A와 B도 비슷했다. 그래서 기가 막혔다. 그런 회사, 또 실적으로든 연차로든 부족할 거 없는 자리, 거기에 40대면 인생 알만큼 알 어른들이 저런 품위 없는 대화를 소통이고 교감이랍시고 한다고? 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뭐 벤자민버튼 느낌으로 거꾸로 먹고 그런 건가? 이쯤 살면 뒷담화에도 다 네임택이 있고 격조가 있다는 걸 알법한데 왜 걸 모를까 싶어서 말이다.


(혹시가 역시 측) 모를 수밖에. 그걸 모두가 알면, 자기 객관화 게으르고 나잇값에는 불성실한 공동체가 사력을 다해 유지 중인 생태계가 파괴될 게 뻔한데. 그런 험담 시 에티켓을 지켜줄 리 만무하지. 근데 얘네 회사를 안 다녀봤는데도 알 거 같은 이 기시감은 뭐지. 뉴턴 님, 진짜 긴장하셔야겠어요. 인류가 발견한 위대한 법칙... 그 명성을 이 친구가 굉장히 저돌적으로 위협해 오는데요. 돌아이질량보존법칙요.


"어딜 가나 이상한 인간들은 꼭 있구나. 근데 나는 그런 것들한테 쓰기엔 네 스트레스도 너무 귀해. 못나서, 부러워서 그런 거니까 짠하게 생각하고 참..."


"모르면 몰라 알았는데 왜 참아.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것도 염소가 돼서 내가 왜 듣냐고. 일단 회사에서 너무 불편해. 그래서 이미 다 끝냈어 걱정 안 해도 돼


"뭘 끝내? 뭐 들이받기라도 했어?"


", 억울하고 분해도 싸움은 먼저 거는 거 아니야. 더러운 짓은 걔네가 시작했는데 내가 왜 그걸 나서서 묻혀. 17대 1은 영화니까 되는 거고 여기선 2대 1도 후달려. 상대에 쪽수가 한 명만 더 붙어도 얼마나 피곤한데. 그리고 뭐 어쩔 거야 지들 입으로 욕한다는데. 너무 미취학 애들도 안 할 욕을 했으니 걔들 창피하겐 할 수 있겠지만 그럼 나랑 사이만 더 안 좋아지지 않겠어? 난 이 회사 되도록 오래 남보다 굵게, 그리고 뭣보다도 내 맘 편하게 다닐 거야"


...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망각했다. 내 친구가 염소 돼버렸어요!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라도 해서 얼른 외롭지 않게 동물이 되어줘야 해요! 뭐 이런 거였까 나는?


망각의 애니멀이 되어 잠깐 잊고 있던 사실. 그것은 그녀가 보통 아이가 아니라는 것.


친구는 내가 아는 이 중 가장 마당발었다. 깊게도 얕게도 알고 지내는 이들이 많았다. 일단 처음 봤든 뭐든 사람을 대하는 기본값이, 보통사람의 최고치 텐션에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스킬의 종류는 내 기준 어나더레벨이었는데, 본인이 관리해야겠다 싶은 그룹에 들어간 인연에 대선 집중과 투자가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관계에 대한 관리만큼, 자기애와 자기 방어가 끔찍했다.


사실 오랜 시간 친구를 봐온 사람으로, 나는 어쩌면 그 점들이 그녀에게 양날의 검이 되겠다 싶지만 금 쓰는 이 이야긴, 그녀가 자기를 괴롭게 하던 이들로부터 본인을 지키고 사랑한 현명했던 방법에 대한 것이므로 스킵 앤 고잉하겠다.




염소임을 알게 된 얼마 후 저녁. 그녀는 교보에 가서 책 두 권을 샀고 집으로 돌아와 두 통의 편지를 썼다. 수신자는 A와 B. 편지 내용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였다면 좋겠지만 당연히 아니었고.


염소였던 친구는 여우로, 여우인 줄 알고 살았을 A와 B는 모지리로, 듣던 나는 '어머, 이건 배워야 해! 메모 메모!' 외치 팬으로 만드는,


저런 처세술과 정치력, 자존감과 자기애라면, 쟤 인생에서는 희로애락의 '로'와 '애'도 그럭저럭 맞서볼만한 것이겠다 싶어지는. 뭐 그런 것. 그 편지가 그랬다.


# 3-2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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