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지려 하기 전에(5) - 단편소설

by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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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해?” 아내의 물음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딸과 아내를 돌아보았다. 딸아이는 자기 손에 조개를 가득 잡고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빠. 나 이거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좋아할까?”

“그럼 좋아하지. 당신은 여자들 맘을 너무 모른다니까. 여행 와서도 친구들 생각했다는 사실에 감동받을 걸.”

“아빠는 그렇게 여자 마음을 모르는 데 엄마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나는. 크크.”하며 딸아이는 나를 놀렸다.

우리는 영진해변을 벗어나 차를 타고 안목에 있는 커피거리로 향했다. 텔레비전에 많이 나와 아내가 한번 가보고 싶다던 그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친지들에게 선물하기 위하여 특산물인 커피 빵을 구입하였다. 닭 강정 집에 들러 콜라와 닭 강정을 시키고 창문으로 해변을 바라보니 일단의 사람들이 유명한 예능프로그램을 녹화 중이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본 적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딸아이에게 솔숲에 가자고 말하였다. 아쉬워하는 딸아이를 데리고 나와 아내는 송정 솔숲으로 가기 위하여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해진 송정해변의 솔숲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잔비가 옅게 내려 우리는 우산을 들고 솔숲을 산책했다. 솔숲에서 키톤치드를 마시며 셀카를 찍었다. 여행의 즐거움에 취한 우리들은 솔숲을 거닐다가 시장기가 몰려왔다. 점심메뉴를 막국수로 정하고 내비로 맛집을 검색했다. 맛집을 정한 나는 유튜브에서 쿨의 음악을 검색하여 “슬퍼지려 하기 전에”를 틀었다.


막국수를 먹은 우리들은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수욕을 하였다. 모래가 부드러워 밀가루를 밟는 느낌이었다. 서희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수영을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물 밖에 나오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폭우가 내려 우리는 해수욕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를 쫄딱 맞고 모래가 몸에 달라붙어 샤워장에서 깨끗이 씻어낸 후 승차하였다.

저녁은 회를 먹기로 하고 펜션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차를 몰고 출발하였다. 차창을 통해 바라본 하조대 해변에는 파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없는 해변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뒷모습에서 정화의 실루엣이 느껴졌다. 그녀는 혼자 쓸쓸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동진이라는 이름의 횟집에서 우리 가족은 모둠회를 시켜 먹었다. 산지에서 싱싱한 생선을 직접 회 떠줘서 그런 지 쫄깃한 식감에 서희는 평소와는 다르게 회를 많이 먹는다. 그 모습이 대견하여 나는 계속 서희의 숟가락에 회를 얹어 주었다. 알밥에 이어 매운탕까지 해치운 우리는 소화를 위하여 펜션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바닷가를 거닐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날씨가 좋아 많은 청춘남녀들이 밤바다를 거닐고 있었다.

“자기야. 내 이마 좀 만져봐. 열나는 것 같지 않아.” 아내의 말에 나는 아내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미열이 있었다.

“코로나도 걱정되고 하니 빨리 펜션으로 들어가서 쉬자,” 우리는 마스크를 조이고 빠른 걸음으로 펜션으로 돌아왔다. 펜션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자 다행히 아내의 열이 내려가 우리는 안심을 하였다. 일시적인 발열이라 생각하고 내일 상경을 위하여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위하여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쓰레기통에 버렸다. 열쇠를 반납하고 주인장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차를 타고 횡성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유명하다는 횡성한우를 먹고 싶다고 말하였기 때문이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데 정면에서 갑자기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나타나 나를 보고 웃는다. 고속도로 한복판에 갑자기 자전거가 역주행하여 우리 차로 다가오는 모습에 나는 황당하여 자전거 쪽을 바라보니 자전거 뒷 좌석에 서핑보드가 매여 있었다. 남자는 정화와 나에게 서핑을 가르쳤던 서핑 강사였다. 그는 나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미친 거 아냐? 저 사람.”

“누구 말하는 거야?”

“저기 자전거 타고 역주행하는 사람 안 보여?”

“나는 안 보이는데. 자기가 잘 못 봤겠지.”

백미러를 보니 남자의 모습이 오르막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ET가 달을 향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듯 보였다. 자전거가 하늘 위로 사라지고 뭉게구름 위로 정화의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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