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각자의 방에서 모니터로 연결된 화상통화 시스템에 접속한 나와 제인의 가족들은 처음에 서먹서먹하게 인사를 하였다. 내가 제인의 어머니에게 장미 꽃다발을, 아버님에게 좋아한다는 밸런타인 양주를 메신저로 선물하자 분위기는 갑자기 화기애애해졌다.
“시청 체납징수팀에 근무한다고 했지. 연봉은 얼마쯤 되나?”
“네. 7000만 원 정도 되는데 성과급을 많이 받으면 1억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 정도면 우리 제인이 굶기지는 않겠군.” 미래의 장인은 네 직업이 마음에 드는지 나를 보고 흐뭇하게 말했다.
“뭐 우리 제인도 안정적인 교사라 그에 못지않죠. 매년 계약조건이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활이 불안정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엄마는 참 사람 무안하게 그런 식으로 말해요.”
“아니 어머님이니까 궁금할 수도 있죠. 제가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연봉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제가 나름 직장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편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제인의 부모님은 모니터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 부부는 신혼부부처럼 통유리를 통하여 얼굴을 보고 지내는 부부의 프라이빗 방이 아니라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코로나 38 때문에 결혼 10년이 넘어서면 각자의 방에서 섹스리스 부부로 생활하는 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었다.
수색 로봇을 부순 체납자는 경찰서 유치장에 감치 된 후 고지된 수색 로봇 수리비 등을 납부하지 않아 자동으로 현행범으로 기소되어 기물파손 및 공무수행 방해로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감옥으로 간 후 나는 그의 재산인 집을 공매 처분하였다. 그가 감옥에서 나온 후 갈 곳이 없어지긴 했지만 유일한 재산인 그의 집을 처분하지 않고는 체납액을 징수할 방법이 없어서 공매처분은 필연적인 절차였다. 그의 집은 프라이빗 방이 없어 개인 사생활이 보호받기 힘든 여건이었지만 공매로 인하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어렵지 않게 공매가 완료되어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었다.
공매대금을 체납액으로 징수한 후 업무를 종료한 나는 업무방에서 나와 프라이빗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제인의 가족과 우리 가족이 상견례를 하는 날이었다. 누나와 매형, 그리고 내가 우리 가족을 대표하여 화상 모임에 참석했다. 제인은 부모님과 함께 화면에 로그인하였다.
“안녕하세요. 제인이 부모로서 제인이를 이쁘게 봐주셔서 사돈분들께 감사드려요.” 제인의 아버님이 누나와 매형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부족한 우리 한이를 사윗감으로 받아주셔서 저희 어머니가 감사한다고 전해드리라네요. 몸이 불편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셔서 송구스럽다고 하네요.”
“무슨 그런 말씀을. 사돈어른도 편찮으시고 해서 저희들은 결혼을 서둘러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데. 사돈 의견은 어떠신지?”
“저희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요. 제인이와 이한이 생각은 어때?”
“저도 어머니 생각해서 빨리 하면 좋겠습니다. 제인도 동의했고요.”
이렇게 해서 제인과 나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부부의 집을 구입하기 위하여 우선 혼인신고가 필요했다. 나와 제인은 각자의 집에서 주민센터에 접속하여 온라인 공증 시스템에 접속하였다. 둘의 공인인증서와 안구, 지문인식을 통하여 신분이 확인되었다. 혼인의사에 대하여 두 명에게 다시 확인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혼인증명서가 발급되어 부부의 프라이빗 룸이 별도로 마련된 부부 오피스텔 구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제인의 집에서 장인 장모가 결혼예물 비용을 누나에게 송금하였다. 나는 온라인숍인 티파니 주얼리에서 다이아몬드 반지와 사파이어 목걸이를 구입하여 처갓댁에 안전 택배 로봇을 이용하여 배송하였다.
제인의 집과 나의 집을 처분한 대금으로 부부의 프라이빗 룸과 각자의 프라이빗 룸이 완비된 도심의 고층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모자란 매매대금은 30년 장기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아 신혼집을 구입한 우리는 온라인으로 스몰웨딩을 올렸다. 온라인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메신저로 축하금과 선물을 보내주었다. 부케는 메신저를 이용하여 제인의 오랜 친구인 하연 씨가 받았다. 듀엣가수인 미러박스가 축가로 “신부를 위하여”를 불러주었다. 온라인으로 결혼행진곡이 울리고 나와 제인은 증강현실 헤드기어를 쓰고 행진을 시작하였다. 나의 직장동료들과 제인의 동료 교사들이 메신저로 풍선과 꽃을 우리 뒤에 뿌려주며 결혼식이 마무리되었다.
결혼을 하고 합가를 한 우리는 부부 프라이빗 룸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통유리로 분리된 공간에서 증강현실 헤드기어를 통하여 사랑을 나눈 우리는 서로의 알몸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어머니의 의사도 있고 해서 우리는 인공수정을 최대한 빨리 해서 아이를 갖기로 합의했다. 어차피 정자와 난자를 의료로봇이 채취해서 산부인과에 가져가면 인공수정센터에서 정자와 난자를 합쳐 수정란을 만들고 배양하여 태아를 관리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20살까지 아이들을 병원과 학교에서 키우고 관리하여 20살이 되면 집과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였다.
부모들은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관찰할 수 있었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자식들과 온라인으로 대화가 가능하였다. 코로나 38 이전 세상을 경험해 본 우리들은 이런 상황이 낯설었지만 코로나 38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런 일에 익숙해 온라인으로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모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고 친구들도 SNS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사귀었다. 20살이 되면 각자의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온라인으로 회사에 지원하여 합격하면 재택으로 근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에 중독되어 오랜 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안과질환과 척추 및 목 관련 질환이 많았다. 환자들이 온라인으로 고통을 호소하면 의료로봇에 의한 원격진료를 통하여 의사들이 진단을 했다. 일자목이나 척추측만증 등은 비디오를 통한 자세교정치료를 하였다. 증상이 심한 중증환자의 경우 병원에 입원하여 의사의 비대면 치료나 의료로봇에 의한 수술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