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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을 먹고 파란색 알약을 두 알 섭취했다. B제약사에서 나온 우울증 치료제였다. 코로나 38이 발생한 후 인류에게 질병 외에도 새로운 정신적 문제가 만연하게 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자살률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인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연구에 매진한 결과 획기적으로 자살률을 낮춰줄 정도로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던 아스피린만큼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고 하여 이(e)스피린으로 명명된 이 약을 매일 두 알씩 먹으면 우울감이 없어지고 자존감과 긍정적 마인드가 생성되어 나도 매일 복용하게 되었다. 정해진 양외에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었기에 매일 두 알만 먹어야 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하여 정부는 개인별로 한 달에 한번 외출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물론 방역복을 입고 지정된 장소에만 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조건을 위반할 시 경찰에 의해 봉인되어 연행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기에 나는 외출할 때마다 계획을 세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야 했다. 공무원이 외출 조건을 위반하여 문제가 되면 해고까지 가능하여 잘못하면 거리에 내몰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나는 제인과 방호복을 입고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프라이빗 룸이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각자의 차를 몰고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방역복을 입고 프라이빗 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장하였다. 방에 입장하자 각자의 방에 투명한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 신체접촉은 불가능했지만 방역복을 벗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식사가 가능했다.
우리는 바닷가재 요리를 시켜 먹었다. 가재는 요리 로봇에 의하여 먹기 편하도록 살이 모두 발라져 나왔다. 와인을 따르고 유리창에 서로 맞대고 건배를 했다. 그녀는 청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제인 씨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 빌며.” 내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한 씨의 직장에서의 승승장구를 기원하며.” 그녀도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와인을 마시고 식사가 마무리되어 커피를 디저트로 주문하기 위하여 벨을 눌렀다. 그 순간 경보등이 요란하게 울리며 안내방송이 나왔다.
“건물에 계신 여러분 긴급히 건물 밖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 건물에 체온이 38도 이상인 사람이 있어 방역요원이 출동 중이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방역복을 입으시고 주차장으로 이동 후 건물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나와 제인은 서로를 바라보고 눈짓으로 담을 기약하며 건물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제인과 헤어지고 집에 와서 평소보다 한알 더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누나에게 화상전화가 왔다. 나는 제인과 통화 중이었는데 제인의 동의를 얻어 다자간 전화로 전환시켜 누나에게 제인을 소개해주었다.
“제인 반가워요. 한이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네 저도 반가워요. 이한 씨에게 누님 얘기 많이 들었어요.”
“혹시 우리 어머니 얘기도 들으셨나요? 우리 어머니가 좀 아프세요.”
“네 얘기 들었어요.”
“한이랑 빨리 결혼해서 2세를 낳아주는 게 엄마의 바람이라면 바람이니 두 사람 잘 생각해줘요.”
“누나 너무 빠른 것 아니야. 만나자마자 결혼 얘기는. 제인 씨 누나 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아니에요. 저도 신중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희 집에서도 나이가 찼는데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아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세요. 이한 씨 조만간 저희 집 식구들이랑 화상으로 모임 한번 해요. 괜찮죠?”
이렇게 해서 나는 얼떨결에 제인의 식구들과 화상 모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