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오후 6시가 되자 컴퓨터에서 퇴근 표시등이 나타나며 시스템이 로그아웃되었다. 나는 체납시스템을 빠져나와 결혼정보회사인 커플링 사이트에 접속하였다. 나의 정보를 입력하고 사진 등을 전송하고 나자 나와 매칭 되는 상대방에 대한 신상정보가 제시되었다. 제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했다. 우리는 증강현실 헤드기어를 머리와 눈에 부착하고 데이트를 시작하였다.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눈앞에 대화창을 띄어 서로 채팅을 시작하였다.
“이한 씨는 오늘 뭐하셨어요?”
“직장에서 일이 있어 좀 바빴어요?”
“무슨 일인데요?”
“민원인이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피곤한 하루였군요. 저도 오늘 아이들이 저의 강의를 이해하지 못해서 몇 번이나 설명하느라고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교실에서 가르치니 피드백 등이 정확하게 이해됐는데 요즘은 화면으로 보이는 아이들 표정만 갖고는 이해도를 측정하기가 곤란한 것 같아요.”
“그렇군요. 저는 숫자와 실적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어 사람들과 감정적 교류를 할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나아요.”
“요즘 같은 비대면 조직에서는 그런 편이 좋은 것도 같네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어요.”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담에는 커플링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드려도 될까요?” 나의 애프터 신청에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네. 그럼 담에 만나요.”하고 커플링 시스템을 빠져나가 증강현실이 종료되었다.
나는 헬스 방에 들어가 운동을 하였다. 야외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없었기에 중산층 이상이면 누구나 집에 헬스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 38 이전에 운영되던 헬스장의 규모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헬스 방은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운동을 끝내고 나는 증강현실 속에서 보았던 그녀의 보조개 패인 얼굴의 미소와 아담하지만 균형 잡힌 몸매를 생각하며 샤워를 하였다. 다음에는 손잡기 신청을 할 생각을 하며 잠에 든 나는 꿈속에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날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는 저번에 체납자가 부숴버린 수색 로봇을 수리한 비용을 체납자에게 고지하였다. 하지만 그가 경찰서 유치장에 감치 상태라 고지서는 체납자의 오피스텔 입구에 있는 우체통에 투입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주요 장비를 교체한 수색 로봇은 기능이 업그레이드되어 작동이나 움직임이 더 세련되고 자연스러워졌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체납자의 오피스텔을 수색한 수색 로봇은 상당한 금액의 현금과 골드바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압수물을 집중화센터의 보관 금고에 갖다 놓은 후 수색 로봇을 조종하여 격리실에 위치시키고 근무를 종료하였다. 개인용 컴퓨터의 메신저 창에 누나가 로그인하였다.
“한아 잘 지내지? 나 여기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야. 외출증 발급받아 병문안 와있어?” 방역복을 입은 누나가 병실 밖에서 창을 통하여 병실에서 자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엄마는 좀 어떠셔?”
“의사 하고 화상 대화했는데 다행히 암이 진전되지 않고 있대. 새로 개발하여 투입한 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아. 살도 좀 찌셨고 저번에 왔을 때 보다 많이 좋아지셨어.”
“다행이네. 나도 다음 외출 때 한번 병문안 갈게.”
“바쁘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네가 내주는 병원비로 엄마는 치료 잘 받고 있다고 고마워하셔. 그리고 너 빨리 장가가야 하는 데 돈을 허튼 데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무슨 소리. 엄마가 우리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데. 코로나 38만 아니면 매일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그리고 누나하고 매형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대고 있잖아. 나 이번에 정규직이 돼서 월급이 많이 올랐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나 잘 받으라고 말씀드려. 그리고 최근에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여 여자 만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누나가 잘 설명드려.”
“그래 오늘 뉴스 중 제일 좋은 소식이네. 연두 아빠 회사가 중국 수출이 잘 돼서 요즘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엄마 치료비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자 친구랑 친해지면 누나한테 먼저 소개 좀 시켜. 알았지.”
“오케이. 오늘은 그만 종료할게. 밀린 일도 해야 하고. 다음에 봐. 누나.”
“그래. 안녕. 좋은 소식 기다릴게.”
누나와의 화상통화를 끝내고 나는 제인에게 전화를 했다. 제인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제인에게 증강현실 헤드기어를 쓰고 데이트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커플링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서로 동의하면 전화선을 통하여도 증강현실 데이트가 가능했다.
증강현실을 통하여 나는 제인의 손을 잡아보았다. 실제 사람의 손을 잡아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런지 가상으로 느껴지는 손의 감각이 남의 손처럼 느껴졌다. 제인도 그런 느낌인지 궁금했다.
“제인. 손이 차가워요.”
“네. 몸이 좀 차가운 편이에요. 이한 씨는 참 따뜻하네요. 손이.”
제인의 말에 나는 그녀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증강현실 헤드기어를 통하여 느껴지는 그녀의 손바닥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