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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 무능력자들은 무방비상태로 거리로 내몰렸다. 그들은 코로나 38에 걸리지 않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나름 최소한의 방어를 했지만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불가항력적으로 너무 높아 그들을 굴복시키고 말았다.
병원은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는 환자들의 격리치료만으로도 병실이 가득 차 있어 노숙자와 무능력자들까지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이 코로나 38에 걸리면 알아서 살아남던지 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바이러스를 이기고 살아남은 자들은 주기적으로 혈액을 팔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바이러스 연구에 완치자들의 혈액이 이용되었다. 그리고 서민들의 치료에는 인공혈액이 사용되었지만 부유층은 인공혈액보다는 실제 혈액을 선호하여 부유층의 수혈 때문에 코로나 38 감염위험이 없는 완치자들의 혈액에 대한 수요는 많은 편이었다.
나는 그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나의 직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체납징수 팀원으로서 계속 근무하면 프라이빗 룸이 있는 쾌적한 오피스텔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고, 나의 실적은 상위권에 있었기에 보너스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러 로봇 구입도 용이했다. 나는 업무 외적으로도 개인 드론과 로봇을 가지고 밖의 사정을 볼 수 있었다.
개인 드론을 구입한 것은 코로나 38 이전 취미로 즐기던 사진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예전처럼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갈 수 없어 나는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었다. 투루라잇이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게시하였는데 내가 찍은 거리사진이 포털사이트 네이브 오늘의 포토에 연속 당선되어 나는 코로나 38 시대의 거리를 찍는 현장 사진작가로 유명해졌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사진부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쳐상을 받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였다.
드론에서 촬영한 근처 지하철역의 사정은 좋지 않아 보였다. 거리의 사람들을 위하여 무인으로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었다. 연신 기침을 해대는 사람들 사이로 시체인 듯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역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의료진이 생사여부를 확인해 표시하면 운반 로봇이 시체들을 운반하고 있었다. 로봇들은 병원이 아닌 시체 야적장으로 시체들을 가지고 가서 파 놓은 구덩이에 그들을 매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어린 시절 뉴스에서 보았던 가축 매립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광우병 등이 유행할 때마다 보였던 집단 매장의 풍경이 인간에게 확대될 줄이야 10 년 전만 해도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나는 8시에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9시에 업무방으로 들어가 체납시스템에 로그인하였다. 로그인 시간이 늦으면 지각으로 처리되어 근무태만으로 주의를 받을 수 있어 반드시 9시 이전에 시스템에 로그인해야 한다. 오늘의 할 일을 검색하니 수색 일정이 잡혀있었다. 10시에 수색에 착수하기 위하여 수색 로봇이 체납자의 집에 파견 나가 있었다.
나는 수색 로봇을 조정하고 동시에 인근에 드론을 띄어 상황을 점검하였다. 체납자는 3년 전에 부도가 나서 체납을 시킨 후 분납으로 세금을 납부 중이었는 데 최근에 분납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부득이 수색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수색 로봇을 체납자가 거주하는 704호로 접근시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시오?” 체납자가 인터폰을 통하여 말했다.
“네. 체납담당 로봇입니다. 확인할 게 있으니 문 좀 열어주십시오.” 수색 로봇의 기계음에 체납자는 문을 열어준다. 수색 로봇은 체납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관찰카메라를 통하여 재산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나는 수색 로봇을 조정하여 재산가치가 있는 가전제품 등에 빨간딱지를 붙였다. 압류물품이라는 표시를 하여 임의처분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체납자가 망치를 들고 와서 로봇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내가 세금을 전혀 안 낸 것도 아니고 분납을 하다가 사정이 안 좋아져서 일시적으로 못 내고 있는데 집까지 와서 이런 모욕을 주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체납자는 소리치며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방세 징수법 및 형법에 의거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로봇은 시스템에 따라 매뉴얼대로 발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 부분에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망치로 내려치자 로봇은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았다. 베란다에 있는 드론을 통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나는 근처 경찰지구대로 연락하여 현행범 체포를 요청하였다.
지구대의 경찰이 방역복을 입고 전자봉 등 무기로 무장한 채 체납자의 집으로 쳐들어가 계속 로봇을 부수고 있는 체납자를 체포하였다. 체납자를 전자봉으로 실신시킨 경찰은 가지고 온 음압 비닐 캐리어에 체납자를 봉인하여 경찰차에 실었다. 경찰서 유치장에 감치를 시키기 위하여 경찰차는 경보등을 울리며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