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음날 업무방에서 나는 체납자의 집을 방문하도록 수색 로봇을 조종하였다. 저번에 집을 공매하여 체납액을 완납한 체납자에게 공매대금 잔금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매 후 남은 잔금을 체납자의 통장으로 입금시켜주기 위하여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부득이 주소지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체납자의 집은 공매되었지만 새로운 집주인이 체납자에게 집을 비워줄 시간을 며칠 주어 체납자는 집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체납자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드론을 띄어 창문을 통해 방안의 상태를 관찰하였다. 체납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데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탁자 위에 푸른색 약들이 널려있었다. 코로나 블루 치료제인 이스피린으로 보였다. 이스 피린 과다복용이 의심되어 나는 119에 연락하여 체납자의 집으로 긴급출동을 요청하였다.
119 구조대가 도착하여 확인한 결과 체납자는 이미 사망하였고 유서에는 이혼한 전처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는 드론을 통하여 그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움이 몰려와 회사에 조퇴를 신청하고 업무방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업무방을 빠져나와 개인 프라이빗 룸에 들어가자 누나에게 메신저가 와있었다. 엄마가 위독하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문자였다. 나는 퇴근하여 부부 프라이빗 룸에 있는 제인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같이 외출을 허가받아 방역복을 입고 각자의 차를 타고 교외에 있는 암 전문병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누나는 방역복을 입고 입원실 창문을 통하여 안타깝게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 제인은 방역복을 입은 상태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엄마를 바라보았다. 의식이 없는 듯 엄마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네가 걱정할 것 같아서 말을 안 했는데 얼마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아지셨어.”
“나한테 빨리 얘기해주지. 그럼 무슨 조치라도 취했을 텐데.”
“엄마가 결혼 때문에 바쁜 너에게 부담 주지 말라고 특별히 나에게 부탁했어. 미안해. 한아.”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누나의 방역복 헤드에 하얀 김이 서려 누나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엄마는 오래지 않아 숨을 거두셨다. 울고 있는 나에게 누나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전하였다.
“직장생활 잘하고 제인한테 잘하라고. 아이가 태어나면 성심성의껏 열심히 키우라고 말씀하셨어.” 누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말없이 엄마의 병실을 바라보았다. 의료로봇들이 들어와 엄마의 침실을 치우고 있었다. 병원에서 죽은 사람은 화장하여 처리하도록 되어있었다. 사람들과 일체의 접촉 없이 처리하도록 방역법에 규정되어 우리는 엄마의 시신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었다.
엄마의 임종을 마치고 나는 누나를 배웅하고 제인과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제인에게 오늘 밤은 혼자 있기 싫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제인을 밀치고 강제로 제인의 방문을 이용하여 들어갔다. 낮에 체납자의 죽음과 연이은 엄마의 죽음 때문에 팽팽하게 유지됐던 나의 현실감각이 늘어난 고무줄처럼 풀어져있었다. 제인은 처음에 놀랐지만 혹시나 누가 볼까 재빨리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이성을 잃었는지 복도에 있는 CCTV의 존재를 깜박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제인의 프라이빗 룸에서 10년 만에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를 만질 수 있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우리는 다음날 방역청에 의하여 방역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 나와 제인은 경찰서의 유치장에 감치 되었다. 나는 경찰 로봇에게 진술을 통하여 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내가 강제적으로 제인의 방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였다. 제인이라도 무죄로 방면될 수 있게 조치해달라고 고용한 변호사에게도 부탁하여 제인은 남편의 강압에 의한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어 경범죄를 적용받아 벌금 1000만 원을 납부하고 석방되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감봉 징계를 받았지만 큰 피해 없이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방역법을 위반한 부부는 자동 이혼 조치되었기에 우리는 예전에 살던 부부 오피스텔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방역법 위반과 공직자 특별조치법에 의거 파면 조치되고 1년간 감옥에서 독방생활을 한 후 형 집행 만료로 감옥을 나왔다. 예전에 살던 집을 유지할 경제력이 없어 부득이 프라이빗 룸이 없는 원룸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드론을 이용하여 채권추심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방역법 위반의 전과 때문에 대기업이나 공직에 취직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 38 때문에 방역법 위반은 반사회적 악질범죄로 인식되어 새로운 직장을 잡기가 곤란해진 것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나의 명함을 올리고 채권추심 사례를 광고하여 그나마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살게 되었다. 누나가 경제적으로 약간의 도움을 주었지만 누나도 매형의 회사가 어려워져 아르바이트로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고 말기암환자 호스피스를 하는 처지라 많은 도움을 줄 처지는 못 되었다.
“제인이는 연락이 없니? 그래도 부부였는데 너의 어려운 처지를 알면 약간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텐데.”
“아니야. 내가 연락처를 주지 않았어. 그리고 이제 남남인데 신세 지기도 뭐하고. 그리고 나 때문에 그 사람도 많은 곤욕과 피해를 겪어 처갓댁에 미안해서라도 내가 연락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은 누나도 알잖아.”
“하긴 자식도 없는데 부부라고 할 수 있나. 솔직히 살을 섞은 것도 아니고. 요즘 부부는 예전 같지 않아서 헤어지면 정도 없는 것 같아. 혼자 살더라도 밥 잘 챙겨 먹고. 나중에 연락할게.” 누나는 전화를 끊었다. “단 한 번이지만 제인과 살을 섞어봤으니 그 순간만큼은 진정한 부부였어. 제인과 나는.” 나는 누나에게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1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육체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면 제인과 나에 대한 추가 처벌도 가능하여 나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