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이 있는 한 가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윤시내 열애

by 하기

윤시내는 사라지지 않는다

윤시내 열애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그리고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윤시내는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 삽입곡인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를 부르며 가수로 데뷔했다. 서울예고를 나와 갓 20살을 넘긴 미성의 소녀는 세상에 알려지기에는 미흡함이 있었다. 지금의 호소력 있는 허스키 보이스는 미흡한 그녀가 끊임없이 노래 연습을 하면서 후천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노력이 기회를 가져다준다. 그녀를 대중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각인시켜 준 곡은 최백호를 발굴한 최종혁이 작곡한 '열애'였다.


이곡의 가사는 원래 MBC 피디였던 배경모가 직장암에 걸려 죽기 직전 그의 부인 김지현에게 준 애절한 사랑 시였다. 그 시와 사연을 김지현으로부터 직접 전해받은 최종혁이 배경모의 시를 적용해 대중가요를 만든 것이다. 이 노래는 1979년 TBC세계가요제에서 은상을 받고 윤시내에게 TBC최고 여가수의 명예를 얻게 해 준다. 이 노래에 이어 1982년 'DJ에게', 1983년 '공부합시다', 1985년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등을 통하여 KBS 가요대상 여자가수상을 받으며 1980년 대 초반을 MBC가수왕 출신의 혜은이와 남자인 조용필과 함께 자신의 시대로 만든다.


오늘의 윤시내를 있게 해 준 것은 누가 뭐래도 열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미스 트롯 경연대회에서 홍자 등이 열애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지만 어떤 후배 가수도 윤시내만큼 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진 못했다. 그만큼 열애는 윤시내에 의한, 윤시내를 위한, 윤시내만의 아우라로 가득 차있다. 160이 안 되는 작은 체구로 무대에서 이 노래를 열창하는 순간만큼은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후배 가수들에게 스타의 자리를 내주고 최근에는 미사리에서 라이브 카페 '윤시내 열애'를 운영하며 가끔 무대에 서고 있는 70대 원로가수가 되었다. 자주 TV에 출연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그녀의 근황을 궁금해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노래를 부를 때만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난생처음 연기에도 도전할 정도로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은 아직 20대가 부럽지 않다. 열정 충만한 이미테이션 가수 여신애(오민애 분)과 그녀의 딸로 엉뚱한 관종의 삶을 사는 짱하(이주영 분)가 사라진 시대의 명가수 윤시내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영화의 제목과는 다르게 열애가 있는 한 그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의 가슴에 열애를 열창하며 온 몸을 불사르는 모습이 살아있는 한 윤시내는 사라지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etP-dCdqH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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