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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Jan 05. 2023

한국 SF소설의 미래를 책임질 작가의 출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김초엽 소설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과학적 지식을 소설의 소재로 접목시켜 미래 과학기술발전에 의하여 일어날 수도 있는 서사를 도입해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하여 말하는 소설이다. 작가가 포항공대와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며 얻은 지식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최첨단 SF 소설이다. 최첨단 지식을 동원하긴 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 등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과학적 지식으로 잘 녹여냈기에 데뷔와 동시에 주류 문단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행복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슬렌포니아에는 무슨 일로 가십니까?"
"제3행성에 남편과 아들이 있거든."
"멀리도 떨어져 계셨군요."
슬렌포니아 행성계가 어떤 곳이었더라. 예전에는 주요 행성계와 행성들의 특성을 통째로 암기한 적이 있는데도 남자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3행성은 자원도 풍부하고 살기 좋은 곳이니까. 처음에는 희소 자원을 가져오기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거주 환경이 좋아서 개척 이주를 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 내 남편과 아들도 지구와는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개척 이주 행렬에 동참했던 거라네."

본문 중에서


우주여행에 필수적인 냉동요법을 위하여 안티프리저를 연구하던 과학자 안나는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이민 가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던 일인이었다. 과학자의 소명의식과 명예감으로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이민을 갈 계획으로 먼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먼저 슬렌포니아로 보내는 안나. 이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그녀에게 강제할지 선택의 순간에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의 운명은 가혹하게도 그녀에게 이산가족의 슬픔을 선사하고 만 것이다.



"한번 들어보게. 어쨌든 나는 그 안티프리저를 개발하기 위해서 지구에 남았지. 학자로서의 호기심도 있었지만, 그때는...... 무언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한다는 그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네. 딥프리징은 우주 개척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의료계에서도 수요가 있었어. 당시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던 때였으니까. 아무리 치명적인 병을 앓는 환자여도 한 10년쯤 얼어 있다 깨어나면 누군가가 해결책을 찾아두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던 시대였지. 마치 인류 지성의 황금기를 보는 것 같았다니까." 

본문 중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우주여행을 단 몇 시간으로 단축시켜줄 웜홀의 발견은 안티프리저와 냉동요법의 유용성을 감소시킨다. 연방 국가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는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이민선이나 우주선을 보내지 않고 안나는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냉동요법으로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키며 슬렌포니아로 떠날 기회를 계속 기다린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이 사는, 아니 이미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수억 광년 넘어 우주에 대한 갈망.


"나처럼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네. 사정상 제때 떠나지 못한 사람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사람들이지. 우주 연방은 우리를 외면했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개척 행성에서 '먼 우주'로 급격하게 밀려난 행성들은 수십 개가 넘는데, 그 수십 개의 행성에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내기에는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거야. 우스운 일이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방식만을 사용했던 것이 연방 아닌가."

본문 중에서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희망과 꿈으로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간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등 영화를 통하여 많이 예견되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을 전공한 젊은 과학도가 최신의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서술하고 직조해 낸 미래사회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는 것 같다. 김초엽 소설가가 또 어떤 서사로 과학적 미래의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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