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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Jan 10. 2023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옥탑방 루저들의 일상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 / 김호연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옥탑방 루저들의 일상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 / 김호연


망원동 브라더스는 망원동 옥탑방에 살고 있는 4명의 루저들의 이야기이다. 4명의 남자들이 8평 공간의 옥탑방에서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이 되어가는 사람 냄새나는 소설로 김호연 작가는 소설가로 데뷔를 하고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역대급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 전 초석을 다지게 된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검붉은 노을로 지지만 다음 날 빠알간 햇살로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 부장이 이야기한 펭귄 아빠도 흥미로운 구석이 없는 소재는 아니다. 누가 돈만 준다면 그리고 싶은 이야기다. 지금 느끼듯 내가 그리고 싶은,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본문 중에서


옥탑방의 원래 주인으로 소설의 주인공 격인 영준은 만화가를 꿈꾸는 만화가이다. 작품을 발표하고 만화계에 데뷔는 하였지만 작품 의뢰가 없어 아르바이트로 여기저기 일을 하며 옥탑방에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 그에게 20대 고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등 불청객 3명이 찾아와 옥탑방에서 인구밀도 높은 동거를 하게 되어 더욱 힘든 일상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싸부의 소개로 주점에서 알게 된 여인으로 인하여 설렘을 가지게 되고 그녀를 연모하며 생활의 활력소를 되찾는 듯 보인다.


저녁에 대학로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환절기가 되면 느끼는 날씨의 변화처럼 내 감정 곳곳에도 온도의 변화가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고 빠져들 때면 느끼게 되는, 얇고 민감한 겹겹의 감촉이 마음속에 느껴지는 듯하다. 아직 그녀를 잘 몰라서 더욱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되고, 마치 나를 위해 오래전 준비된 인연인 듯 자연스레 내 옆의 그녀를 떠올려본다. 작은 키는 아니었고, 힐을 신으면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를 가까스로 넘는 나보다 클 것이다. 그래도 얼굴이 귀여우니 키가 좀 크고 어깨가 있어도 상관없다.
본문 중에서


하지만 여자의 생각은 영준의 속내와는 달랐다.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기 위하여 치열하게 스펙을 쌓고 인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술집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일상을 버티지만 승자와 맺어져 루저들의 인생에서 탈피하는 것이 그녀의 지상목표였다. 영준이 배우자 감으로 눈에 차지 않았고 단지 승리의 여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 줄 위로가 필요했을 뿐.


"이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이기려고 살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잠깐 당신이랑 편하게 지내볼까 했어요. 당신이란 사람은 왠지 날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거든. 내가 잘되면 사람 좋게 웃어주고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동안 날 조금만 다독여주면, 나도 나름은 잘해줄 수 있는데......당신 참 고지식한 거 알지?"
본문 중에서


연애 감정을 갖고 있던 여성에게 차이고 직장 선배였던 김 부장과 아르바이트 문제로 척을 지게 되며 망원동 옥탑방 탈출을 꿈꾸는 영준. 그는 수유동에 매물로 나온 반지하 방의 임차인 수유동 그녀를 만나면서 인생의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글쓰기의 기초를 다진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모든 장면과 에피소드가 영화화를 염두에 둔 듯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묘사되었다. 이런 특징은 작가의 대표작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예능인 겸 영화감독 이경규가 벌써 영화 판권을 매입하여 조만간 영화로 망원동 브라더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전에 이미 만들어진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로 소설의 감동을 재음미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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