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기 Mar 18. 2023

면도를 하다가


면도를 하다가 / 하기


면도를 하다가

얼굴을 베었다


면도기를 물들인

선홍색 핏물을

흐르는 물에 씻으며


30년을 해도 서투른

나의 면도질을

낡은 면도날의 탓으로 돌린다


면도날을 새 것으로

바꾸며 드는 생각 하나


혹시 내 서투른 말의 날이

다른 사람의 얼굴에

생채기를 내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의 영혼에 상처를 주었다면

고의는 아니었다고

서툴러서 그랬다고


나의 영혼이

누군가의 말날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도 고의는 아니었구나

그들도 서툴러서 그랬구나


베어진 감정의 찌꺼기들을

낡은 면도날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탁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