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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by 하기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애인에겐 문법이 없고,


문법이 없어서 애인에게 닿을 수 없다




달밤이라고 썼다




구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바닥에 고인 물은 구두와 춤추는 달


다가갈수록 물은 어두워지고 춤은 환해지고




모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벽에 부딪치는 음악은 모자가 흔드는 달


음악이 점점 넓어지고 귀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달은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구두와 모자 사이에 달


사이에 꽃병을 그렸다


사이에 물송이를 피웠다




달은 보여줄 수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꽃병 안엔 달이 들어 있다


꽃병을 설멸하기 위해


꽃병은 설명될 수 없고,


달밤이었다




꽃병을 기울이고 달을 썼다




물송이와 구두가 걸어갔다


물송이와 모자가 날았다




애인에게


나는 물송이와 움직였다







신영배 시인 프로필




1972년 충청남도 천안 출생


2001년 '포에지' 시 등단


시집 '물안경 달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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