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7
다음 날 4-4-4반 전원은 모두 서울지방검찰청 기업특별수사본부로 출근하였다. 당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진행하던 H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비자금조사와 관련하여 검찰에 고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검찰로 수사가 이관된 상태였다. 조사4국에서 진행 중인 세무조사는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범죄혐의자료가 발견되고 탈세규모가 커지면 검찰과 국세청이 합동수사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업무는 H기업이 피지에 설립한 페이퍼컴패니로 송금한 서울본사의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를 금융추적을 통하여 밝혀내는 일이었다. 나와 서희주팀원이 한 조가 되어 은행에 출장하여 금융추적조사를 진행하게 되어 있었다.
“희주씨 오늘 오후에 은행출장가는 것 알고 있죠?” “그럼요. 금융거래정보제공요구서와 관련전표사본 챙겨놨어요. 이따가 2시쯤 방문한다고 금융정보조회 담당직원에게 전화해 놨어요.”“그래요. 희주씨가 다 해놔서 난 할 일이 없는 걸. 하하”나는 웃으며 말했다. 꼼꼼한 성격의 희주 덕분에 업무에 도움을 많이 받은 나는 고마운 마음에 점심을 사겠다고 하니 “그럼. 사무실앞에 스파게티집에서 스파게티 먹으러 가요.”하고 바로 대답하는 바람에 나는 “그래요. 점심 먹고 바로 은행 출장가죠.”하고 대꾸하였다.
“요즘 세영씨와는 잘 지내죠?” 스파게티를 먹으며 뜬금없이 희주가 나에게 물었다. 저번에 우리반 단합대회에서 도봉산을 갈 때 세영이를 데리고 갔는데 그 때 등산을 같이 해서 희주는 세영이를 알고 있었다. “저번에 등산할 때 들으니 세영씨 아버님이 강북에 있는 중소기업사장님이라고 들었는데 재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애인이 있어서 규현씨는 좋겠어요?” “결혼한 것도 아닌데 제가 좋을 게 뭐 있겠어요?”라며 말했지만 나는 평소에 미모의 재력가 딸을 연인으로 둔 사실을 은근히 자랑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규현씨 세영씨 관리 잘해야겠다. 그 미모에 그 재력에 따르는 남자가 많을 거 아니에요. 요즘 세상에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나?”하며 더운 듯 하얀색 블라우스의 단추 하나를 풀면서 긴 생머리를 뒤로 젓히는 희주의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질투섞인 희주의 말이 사실인가 걱정되면서도 가슴 쪽으로 향하는 나의 눈길을 의식한 듯 희주는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더욱 더 가슴골을 도드라지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동료로서만 바라보던 희주가 여자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날 오후 은행에 출장가서 우리는 페이퍼컴패니에서 우리나라로 역송금한 수표의 흐름을 추적하였다. 관련전표를 보여주자 은행직원은 5년전 자료로 전표증빙을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 중이라며 사무실 안쪽에 있는 서고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돋보기로 마이크로필름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의 몸에 어느 덧 땀이 흘러내려 외투를 벗으니 와이셔츠에 물기가 흥건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희주는 종이로 부채질을 해주며 “이 땀 좀 봐. 규현씨 일할 땐 미친 사람 같다니까...앞만 보고 달려가는 황소같아요. 하긴 난 일에 미쳐있는 남자가 섹시해보이더라. 후후”하며 말한다. 그때 돋보기로 수표이면을 바라보던 나는 소리쳤다. “이거야. 페이퍼컴패니에서 빠져 나간 자금이 국내로 흘러 들어온 증거를 찾았어.”
몇 달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 나는 기쁜 마음에 아이처럼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 희주도 기쁜 듯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자 우리는 서로 껴안고 기뻐했다. 이사무관과 유반장에게 전화로 보고하자 일단 사무실로 관련 증빙을 갖고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