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0
다음날 우리는 새로운 예치조사에 착수하여 세영과의 이별의 아픔은 업무의 바쁨 속에 점점 사그라 들었다. 아니 세영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하여 나는 업무에 더욱 몰두하였다.
새로운 조사업체는 강남역에서 제일 유명한 룸싸롱이었다. 5층 건물전체가 룸싸롱인 이 업체의 상호는 “딸기”로 고용된 아가씨들만 100명이 넘는 기업형 룸싸롱이었다. 우리는 밤이 아닌 낮에 예치에 착수함으로써 영업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었지만 우리가 들어 닥치자 관리인은 낮에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의 매장 내 진입에 동의하지 않았다.
업주인 대표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매장으로의 진입은 계속 허가되지 않아 우리는 밖에서 계속 조사국과 연결을 유지하며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밖에서 망을 보며 같이 출장 나온 남자직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갑자기 봉고차 10대 가량이 건물 앞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 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이들은 우리와는 달리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내려올 때는 모두 박스를 두 세 개씩 들고 나왔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두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우리가 말리기에는 그들의 풍모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들로 덩치가 모두 씨름선수라도 되는 양 일반인들의 두 배는 되는 조폭들이었다. 힘의 논리에 공권력이 유린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 후에 업주는 전화로 우리들에게 건물진입에 동의해 주었지만 주요서류는 모두 사라지고 예치조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수색이 아닌 동의에 의한 임의 영치라는 국세청 특별조사의 한계가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물러 설 우리는 아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예치가 안 되면 입회조사로 돌려 룸싸롱 조사를 계속 하게 되었다.
우리는 입회조사를 통하여 룸싸롱의 일일수입금액을 확인하였고 확인된 일일수입금액을 역산하여 룸싸롱의 월간, 연간수입금액을 환산하는 방법으로 수입금액 누락을 추정해갔다. 어쩔 수 없이 야간입회가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백 명이 넘는 아가씨들의 생활과 맞부닥쳐야 하는 곤란함도 있었다. 그들의 생활은 계속되는 음주와 2차, 3차로 이어지는 성접대로 인성과 건강이 파괴되는 인권유린의 현장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잘 나가는 아가씨는 한 달 수입만 1000만원이 넘을 정도의 고소득으로 우리의 이런 걱정을 비웃는 입장에 있기도 하였다. 또 어떤 여자는 우연히 재벌의 눈에 띄어 첩으로 들어가 재벌가의 일원이 된 이도 있었지만 이런 케이스는 극히 드문 경우로 대부분의 아가씨들은 청춘을 담보로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하여 청춘을 팔아야하는 어려운 처지로 꽉 끼는 반바지와 가슴골이 움푹 패인 야한 옷으로 남자들을 유혹하지만 결국 본인의 인생도 망가지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인생유전들이었다.
나와 희주는 이런 조사를 매일 밤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늦은 밤 내가 희주를 기숙사까지 에스코트해주는 흑기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점점 우리의 관계는 밀도가 높아져갔다. 노래방에서의 첫 키스 이후 한 동안 서로 어색한 시간이 있었지만 매일 밤에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같이 퇴근하며 스킨쉽의 시간이 길어진 우리는 어느 날 희주의 기숙사 인근 모텔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나는 이것으로 희주와 나 사이에 확고한 끈이 이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나만의 착각이었고 희주는 나에 대해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