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9
“알았어. 규현씨가 원하는 것이 그거라면 그렇게 해줄게.”라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며 세영은 일어나서 카페를 나갔다. 세영이 나간 후에 나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이렇게 돼버린 상황에 대한 자책으로 혼자서 위스키를 계속 마셨다. 만취한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희주가 있는 창동세우관으로 향했다.
양다리를 걸친 건 세영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희주씨. 지금 세우관 앞인데 잠깐 나와줄 수 있어?” 희주는 “알았어. 10분만 기다려줘.”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 하늘색스키니진과 하얀 면티차림의 희주가 나왔다. “왠일이야? 이 시간에...세영씨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라고 말했지만 세영과 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챈 듯 희주는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오늘 아무 말도 묻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내 줄 수 있어? 노래방에 가서 잠깐 시간 좀 보내줘.”하며 말했다. 우리는 노래방으로 들어 가 맥주와 음료수를 시키고 노래를 불렀다. 이별노래를 자꾸 부르는 나를 희주는 말없이 안아주며 위로해주었다. 희주의 가슴이 나의 상체에 밀착하여 옅은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는 순간 나는 힘껏 희주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대었다. 희주도 이미 그 순간을 예상한 듯 나의 허리를 안으며 입을 벌려 조용히 나를 받아 주었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술이 조금 깬 나는 희주를 세우관으로 바래다주었다. 혼자서 전철을 타고 마들역에 내린 후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싫어 나는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올라 중랑천을 바라다 보았다. 달빛에 흔들리는 중랑천의 물결에 세영의 얼굴이 어렸지만 나는 세영이는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손가락에 끼여 있던 커플링을 빼어 중랑천에 던져버렸다. 그 커플링을 끼고 내일 희주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