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1
딸기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우리반에 새로운 조사가 할당됐다. 이번엔 사채업자 조사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일수업을 하던 일가가 설립한 저축은행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였다. 재일교포였던 사장은 처음에 남대문시장에서 장신구도소매업을 하다가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시장상인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벌어 합법적인 은행까지 세웠으니 사채업계에서는 그야말로 신화적인 존재였다.
“김 조사관 오늘 J저축은행 최상무가 오기로 했는데 금융자료소명요청서는 다 만들어 놨지?”하고 유반장이 나에게 물었다. “네, 예치조사 때 전산으로 백업받은 자료 중에서 직접적으로 신고되지 않은 금융자료 등에 대하여 엑셀로 소트하여 소명요구서 만들어 놨습니다. 여기요.” 내가 엑셀자료와 소명요구공문을 출력하여 보여주자 유반장은 “잘했어. 규현씨 처음엔 버벅거리더니 이젠 조사반장해도 되겠는 걸.”하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유반장의 칭찬에 나는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유반장은 내가 롤모델로 생각하고 닮고자 노력하는 조사반장이었는데 그런 유반장의 인정을 받은 것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최상무가 오자 이사무관과 유반장이 접대실로 안내하여 그 곳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막내인 희주가 커피를 타오자 “최상무님 저희 조사반 막내입니다.”하고 유반장이 희주를 소개하자 “이런 미인이 조사반에 근무하다니 유반장님 부럽습니다. 서희주 조사관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하고 말하는 최상무는 오랜 직장생활의 내공으로 피조사자인 입장에서도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갖고 있는 듯 자신감이 말 속에 묻어났다.
“그런데, 부탁드릴 일이 있는 데 저번에 가지고 오신 서류 중에 제 업무노트가 있어 그러는 데 제 개인적인 스케쥴이 정리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복사를 다하셨다면 가져가도 될까요?”“서희주 조사관 저번에 검정색 업무노트 다 복사했지?”“네, 반장님.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서고에 갖다놨는데 가지고 올게요.”하며 희주는 서고로 가서 그 검정색 업무노트를 가져왔다. 노트를 돌려주는 순간 정기동 반장이 갑자기 노트를 뺏더니 “잠깐만요. 노트 끝이 왜 이렇게 뭉툭하지?” 하며 노트를 덮고 있던 검은 양장을 벗기기 시작한다. 이 순간 최상무의 얼굴이 샛노래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벗겨 낸 부분에 아주 얇은 유에스비메모리가 있었다. 그 메모리를 확인한 순간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그 동안의 모든 일수자료와 저축은행의 이자수입자료가 그 곳에 엑셀로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왜 개인적인 업무수첩을 보시는 거에요.” 침착하던 최상무는 이성을 잃고 눈을 부라렸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후였다. 우리는 유에스비를 다운받은 후 “원래 예치목록에 포함되어 있던 자료이니 개인적인 자료라 볼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필요하시다니 복사하고 돌려드립니다. 그럼 여기....”하고 수첩을 건네는 정기동 반장의 표정을 바라보는 최상무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