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입원으로 알게 된 희주의 진심

(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2

by 하기

어머니의 입원으로 희주의 진심을 알게되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며칠 전부터 목소리가 안 나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으셨는데 폐암이라는 판정이 났다. 나는 그동안 혼자 살면서 자주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신경써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매일 퇴근 후에 병원에 들러 투병 중인 어머니를 문병하였다.


“바쁜데 뭐하러 왔노?”하며 어머니는 내가 가면 항상 미안한 듯 말씀하셨다. “저, 안 바빠요? 그동안 바쁜 척 한거에요. 하하.”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죽기 전에 막내 아들인 니가 장가가는 것을 보고 죽어야할텐데...”하며 어머니는 말끝을 흐린다. 나는“엄마가 죽기는 왜 죽어? 내가 자식 낳고 사는 것 봐야지.”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결혼을 해야하나 하는 갈등도 생겼다.


사실 독신생활에 큰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마음껏 하고 희주와의 연애를 통한 사랑놀이의 즐거움도 내가 결혼을 꼭 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게 했다. 희주도 또한 그런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희주는 일에도 프로다운 열정이 있어 결혼을 서둘러 하고 싶은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서로 사귀면서도 결혼에 대한 얘기는 애둘러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회사에 연애사실을 숨기고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기에 더욱이나 결혼을 애기할 단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김규현 조사관. 오늘 저녁에 어머니 병원에 간다고 했지?” 이사무관이 물었다. “예, 퇴근 후에 갈려고요.”“그럼, 우리 조사반 전원이 가서 문병을 하는 게 어떨까? 내가 폐암에 좋은 약재들을 준비했으니 그것도 갖다 드릴겸.”하며 조사반직원들에게 말하니 모두 그러자고 하여 나는 미안한 마음에 “괜히 저 때문에 바쁜데 죄송합니다.”하였더니 “4-4-4반은 모두 한가족이야. 가족끼리 그런 말 하는 것 아니야.”하며 이기균차장이 말해주어 나는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조사국 직원이 문병하고 간 뒤 나는 희주와 단둘이 잠시 병원에 남았다. 희주에게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내가 미리 언질을 주었다.


“어머니의 상태가 많이 안좋으신가봐?” 희주는 걱정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래, 의사도 6개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어.” “걱정이네. 곁에서 규현씨가 힘들겠다.”하며 걱정해주는 희주에게 “우리 어머니 소원이 죽기 전에 나 결혼하는 건데 희주씨 생각은 어때? 나하고 결혼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지?” 나는 얼마전부터 궁금해하던 사실을 물어보았다. “그래, 규현씨가 남자로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난 결혼보다도 내 일을 더 사랑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면 여자의 캐리어가 단절되는 게 현실이고...” “그래 알았어. 네 생각이 그렇다면 강요하지 않을게.”하며 나는 말했지만 그 순간 언뜻 세영의 얼굴이 떠오르는 나의 이기심에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한 듯 희주는 “왜 그래? 갑자기...”하며 물었다. “아니야. 그럼 우리 사이는 여기서 정리하자. 각자의 길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서로 응원해주자. 그럴 수 있지?”하며 나는 희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희주도 내 손을 잡으며 “그래. 미스터 황소씨. 규현씨는 일할 때가 제일 멋있다는 것 잊지마.”하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전철역까지 희주를 바래다주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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