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추적을 통하여 탈세의 증거를 포착하다

(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4

by 하기

금융추적을 통하여 탈세의 증거를 포착하다



홍콩으로 간 우리는 제일 먼저 페이퍼컴패니의 명의상 소재지인 건물로 향했다. 영어가이드가 출장 기간 내내 우리와 함께 하여 희주와 나의 영어 실력이 업무에서 발휘될 기회는 별로 없었다. 저녁에 직원들과 근처 주점에서 한잔 할 때는 당연히 우리의 영어가 필요했지만 사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영어 때문에 우리를 데려온 건 아니고 유반장이 출장인원을 줄일려는 본부의 지시에 우리가 영어를 잘한다고 꼭 데려와야 한다고 떼를 쓰듯이 졸라서 우리까지 출장에 동참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정기동 반장이 해주어 우리는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사업장소재지 조사 결과는 어때?”

“네, 예상대로 형식상 소재지로 등재되었을 뿐 실제 사무실로 이용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건물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월세는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사무실에 직원이 왕래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여기 영어로 쓴 확인서에요. 처음에는 사인을 안 해줄려고 했는데 가이드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순순히 사인을 해주더라구요.” 유반장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여기 현장사진 좀 보세요.” 희주가 디카로 찍은 현장사진을 보여주자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유리창으로 비친 사무실 내부가 현장의 분위기를 나타내 주고 있었다.


“이제. 일 얘기는 그만 하고 한잔 하시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이기균 차장이 호프를 들며 얘기한다. 우리는 호프를 한잔 마시며 홍콩의 야경을 바라다 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항구 도시 홍콩은 온통 네온사인으로 빛나며 이국에서 온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홍콩 본사가 국내에서 송금된 자금을 입출금하는 홍콩의 중앙은행으로 가서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였다. 한국에서 본사로 넘어 온 자금은 홍콩중앙은행을 통하여 몇 개의 계좌로 분산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이러한 자금들이 어떻게 국내로 다시 유입되는 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출장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우리는 분산된 계좌의 흐름이 하나의 계좌로 모여지는 곳이 스위스의 한 개인계좌임을 추적을 통하여 확인하였다. 그 스위스계좌는 사채업자의 개인계좌였다. 이로서 우리는 홍콩 본사가 페이퍼컴패니이고 이 모든 자금의 운영주체는 국내 전주인 사채업자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 날 저녁에는 모두 홍콩의 중심가에서 쇼핑을 하였다. 나는 주로 어머니가 드실 약재를 구입하는 데 돈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 가게에 들른 나는 아이쇼핑을 하다가 원숭이 모형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 원숭이 모형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복(福)자가 새겨 진 모형이었는 데 작년 내 생일 날 홍콩을 가족과 함께 여행온 세영이 구입하여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나는 그 선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강아지 모형을 보았다. 그것은 원숭이 모형과 세트로 복자가 새겨져 있었고 세영의 띠는 개띠였다. 나는 그 모형을 구입했다. 딱히 세영에게 선물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서 세영과의 재회 때 선물하라고 명령하는 느낌도 들었다.


“뭐 구입했어. 강아지 모형이구나. 귀엽다. 누구에게 선물할려고...세영씨?” 옆에서 묻는 희주의 질문에 나는 “아니, 동생에게 주려고 동생이 부탁한게 있어서...”뭐라도 들킨 듯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런 마음을 희주도 아는 듯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귀국을 위하여 각자의 짐을 챙기는 우리는 조사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실적이 나와서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홍콩에서의 마직막 밤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돌아가면 수고에 대한 포상이나 선물이 있지 않을 까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귀국 후 우리에게 날라온 것은 서울지방검찰청 공무원범죄 수사전담반의 조사반 전원에 대한 소환통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저승사자반 전원 탈세를 잡기 위하여 홍콩으로 출장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