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5
우리반은 올해 여름 L그룹에 대한 유통과정추적조사를 담당하였다. 음료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L기업은 국내 굴지의 회사였지만 유통과정이 문란하여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남발한다는 제보에 따른 특별조사였다. 예치조사 착수 당시 L기업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우리를 기다렸고 모든 서류를 준비하여 우리에게 넘겨 주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공식적인 회계장부로 신고가 다 되어 있어 조사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은 아니었다.
이런 과정에서 당초 조사일정이 사전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고 우리는 실지 조사를 통하여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여 L기업에 대한 조사는 검찰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조사일정에 대한 사전 유출에 우리반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검찰의 소환통보가 우리반의 홍콩출장 중에 조사국에 접수된 것이다.
홍콩에서 귀국 후 짐을 풀 여유도 없이 우리는 검찰소환조사를 준비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사자의 입장에서 피조사자의 입장이 된 우리는 난감하긴 하였지만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외에 특별한 대책은 없었다. 문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의 확실함이었다. 조사 착수 하루 전 L기업 경리실로 접수된 특별조사원증 사본이 우리반 팩스번호로 발송된 것이 나타났다. 접수시각은 밤 11시, 누군가가 우리사무실에서 L기업에 내일 특별조사를 나가니 조심하라고 안내해 준 꼴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반 전원은 관용차를 타고 서초동에 있는 서울지방검찰청 수사실로 방문하였다. 각자 수사관이 배정되어 분리심문을 받았다. 나는 105호실에서 나이 어린 수사관의 심문을 받았는 데 모든 것을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참고인 조사라고는 하지만 5시간 이상 진행된 심문과정에서 우리는 마치 피의자가 된 느낌이었다.
심문을 마치고 나오니 모든 심문이 끝난 듯 우리반 전원이 초췌하게 대기실에서 앉아 있었다. 검찰청 앞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은 우리는 관용차를 타고 돌아오며 다시는 피조사자로 검찰청에 올 일은 없기를 바랄만큼 그날의 심문은 타이트하고 힘들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그 날 모두 11시 이전에 퇴근한 사실이 초과근무내역에 찍혀서 1차적인 알리바이는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누가 밤 11시에 사무실에 들어와서 팩스를 보냈을 까 모두 의아해하는 데 정기동 반장이 한마디 던진다. “사무실에 CCTV를 달던지 해야지. 이거 원. ” 내가 말했다. “그거에요. CCTV. 내방객 확인을 위하여 복도에 달려 있잖아요. 그걸 확인하면 범인을 알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