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조사국24시 - 16
운영지원과 행정계에서 보관 중인 CCTV를 확인한 결과 팩스발송시간인 11시 경 1반의 김혜리 조사관이 우리반 출입구 창문에 숨겨져 있던 열쇠를 이용하여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김혜리 조사관에게 운영지원과에서 소명을 요구하자 김혜리 조사관이 아닌 1반의 이동기 사무관이 우리반으로 찾아왔다.
“이 사무관님 김혜리 조사관이 실수로 팩스를 잘못 보낸 것 같은데 젊은 직원 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없던 일로 넘어가죠. 들쑤셔 봐야 우리조사국 망신일 것 같고...검찰 쪽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결론이 날 것 같으니...”하며 회유했다.
실수라는 변명은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젊은 여직원의 미래를 가지고 덮어두자는 1반 이동기 사무관의 회유를 무시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자 하면 밝힐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규종 사무관은 서기관 승진경쟁자인 이동기 사무관에게 “알겠습니다.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테니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하고 대인배답게 말했다.
팩스발송사건은 운영지원과에서 1반과 4반에 각각 보안주의의무위반으로 주의조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내부적인 문제와 별개로 검찰에서도 L기업에 대한 고발에 치중하여 조사사전통지서 유출문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되어 우리반이 더 이상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조사국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이규종 사무관의 서기관 승진 경쟁자인 1반의 이동기 사무관이 젊은 여직원을 이용하여 우리반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설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 사건의 확대를 원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유야무야되었다. 하지만 친기업적인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우리반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이게 될 미래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