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체납 징수원, 나만 아는 이야기와 가슴을 연 남자, 소설가가 되
내가 처음 브런치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애청하는 책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브런치북 공모전 홍보방송을 들은 후였다. 나는 2020년에 소설로 등단을 하였지만 중앙일간지나 중앙 문예지가 아닌 지방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라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연히 글 청탁도 없었고 등단은 하였지만 문인협회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매월 발간하는 월간지에 약간(?)의 원고료를 받고 수필을 연재하는 것 외에 특별히 등단작가로서의 활동을 하지는 못하였다. 그동안 시집과 소설집을 많은 출판사에 공모하였다가 번번이 까인 경험을 갖고 있던 등단 2년 차 초보 소설가인 나는 언젠가 브런치북에 도전해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브런치북이라는 게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나에게 딸아이가 카카오톡으로 브런치라는 사이트가 있는 데 작가들이 글을 올리기 좋게 시스템이 구비되어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내용을 보내주었다. 자기도 학교 숙제를 위해서 전문적인 자료를 브런치에서 많이 참고한다는 것이었다.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고 나서 3수 끝에 작가가 된 사연은 한 번 올린 적이 있어서 링크로 대신한다.
https://brunch.co.kr/@mealux032/67 (브런치 작가 합격수기, 저도 한번 써봤습니다만)
브런치에 작가 승인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열어본 글이 제9회 브런치북 공모전 홍보 게시물이었다. 아마 그 게시물만 읽고 브런치북에 도전을 하였기에 망정이지 많은 작가분들이 올린 우수한 브런치북을 먼저 보았다면 나는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무식이 용기를 불렀다고나 할까.
어쨌든 어쩌다 소설가의 생활밀착형 시 쓰기와 어쩌다 소설가의 나도 에세이스트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그동안 써왔던 글들과 잡지에 연재하였던 글들을 모아 매일 2~3편씩 브런치에 게시하였다. 그렇게 게시된 글 꼭지가 10개를 넘어 브런치북을 발간할 수 있는 요건이 되자 나는 급한 마음에 매거진 제목 그대로 브런치북 발간 및 제9회 브런치북 공모전 응모를 눌러버렸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시집은 매거진의 글 꼭지가 10개라 모두 발행하였더니 매거진에 글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그동안 썼던 대부분의 시를 책으로 묶어 여분이 없던 터라 부득이 매거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매거진을 구독하고 있던 분들에게 사전 공지도 없이 무례를 범하게 된 사실은 다른 분들의 매거진 삭제 사전 양해 글을 우연히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전 구독자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무지가 낳은 해프닝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수필집은 다행히 여분의 글이 있어 어쩌다 소설가의 나도 에세이스트 매거진은 삭제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 글도 이 매거진에 올라갈 것이다.
그런 실수와는 별개로 브런치북 응모전에 응모하고 나서 처음 보게 된 다른 작가분들의 응모작을 보고 나서 나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응모수가 방대하였다. 이건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경쟁률을 상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책들이 무수히 응모되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목차와 내용들 대한민국은 이제 작가 공화국이라고 불리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에 비하여 나의 브런치북은 너무 엉성하였다. 제목도 어쩌다 소설가의 어쩌고 저쩌고 요즘 유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흉내 낸 듯한 콘셉트에 제목과 연결되지 않는 목차와 내용들. 나는 수상을 포기하고 응모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올해는 경험 삼아 내고 내년부터 제대로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응모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내 브런치북을 읽다가 맞춤법이 틀린 것 같아 정정을 해보았더니 정정이 되었다. 제목도 정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응모 마감전까지 최선을 다해 고쳐보라는 아내의 조언을 듣고 시집의 제목은 "7년 차 체납 징수원, 나만 아는 이야기"로, 수필집의 제목은 "가슴을 연 남자, 소설가가 되다"로 고쳐 보았다. 기존 제목보다 훨씬 더 나만의 개성과 글의 내용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책 전체의 목차는 조정이 되지 않았지만 하나의 글 속에서 문단의 배열은 정정이 되었다. 글의 순서, 내용도 제목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도록 조정해보았다.
내 인생 첫 책, 브런치 북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 인생 첫 책, 브런치 북을 소개합니다. 수상은 기대하지 않지만 내 정신의 자식들 어디서 홀대받지 않도록 나의 최선을 다하여 만들어 보았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되지는 못하더라도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누군가의 독서를 기다리며 서가의 한쪽을 차지하고 꿋꿋하게 살아가길. 잘 가라. 아빠는 이 정도에서 너희들을 놓아주고 싶구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활짝 너의 꿈들을 펼쳐보렴. 안녕!!!
https://brunch.co.kr/brunchbook/mealux034 (7년 차 체납 징수원, 나만 아는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ealux035 (가슴을 연 남자, 소설가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