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솔로헤븐 - 5
다음날 퇴근 후 채팅방에 접속하니 영춘이 혼자 있었다.
“하기님 방가방가. 어제 잘 들어가셨죠?”
“네. 영춘님도 잘 들어갔죠?”
“하기님. 국세청 법인세과에 근무하신다고 하시던데...그럼 기업정보 같은 거 많이 아시겠네요. 제가 주식을 하니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주세요. 사례는 잊지 않을게요.”
“큰 일 날 소리. 공적 정보를 사적으로 사용하다 옷 벗어야 돼요. 그런데 내가 국세청 근무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레이가 애기해줬어요. 제가 이번 토요일에 나이트번개를 할 생각인데 하기님도 꼭 와주세요. 레이하고 제인도 온다고 했으니 심심하진 않을 거에요. 흐흐.”
레이하고 나와 있었던 일을 안다는 듯 능글맞게 말하는 영춘이에게 거부감도 일었지만 레이가 온다는 말에 나는 번개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영춘이는 배터리 쪽이 유망하니 그 쪽 주식에 투자하라고 나에게 말하였지만 투자자금이 없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 귀에 들어오지 않아 번개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난 채팅방을 빠져 나왔다.
토요일 화양리에 있는 국일관이라는 나이트클럽에 번개를 위하여 가보니 영춘이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여성회원이었다. 남성회원이 없어서 쭈뼛해하는 나에게 레이와 제인이 있어 다행스러웠다. 영춘이는 플레이보이지의 사장처럼 양 옆으로 여자를 거느리고 담배를 연신 피워 물며 개츠비 흉내를 내고 있었다.
“하기님. 앞으로 제 번개는 솔로엔터테인먼트 번개입니다. 제가 솔로헤븐의 미인들을 위하여 연애기획사를 하나 차릴려구요. 미인들을 원하신다면 제 번개에 참석해주세요. 하하.”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영춘이는 오늘 경비는 자기가 내겠다며 골든벨을 울린다. 옆에 있던 여성회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치며 좋아하자 영춘이는 더 신이 난 듯 하였다. 나는 묘하게 자존심이 상해 나갈려고 하는 데 레이가 춤을 추자고 한다.
레이와 블루스를 추니 기분이 좀 풀렸다.
“하기, 이만 나갈까? 어린이대공원에 벚꽃구경가자. 응.”
레이의 말에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 그러자고 대답하고 레이와 몰래 나이트클럽을 빠져 나왔다.
봄을 맞아 공원에는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벚꽃축제기간으로 야간개장 중이라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레이와 팔짱을 끼고 벚꽃을 구경하던 나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레이를 포옹하고 키스를 하였다. 시간이 우리를 위하여 멈춘 듯 했다.
“하기, 지난 주에 올림픽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탔지?”
“응. 어떻게 알았어?”
“제인이랑 올림픽공원 산책하다가 봤어. 인라인 타는 거 보니 너 좀 멋있더라. 크크.”
“그래. 그럼 너도 인라인 같이 타자. 내가 가르쳐 줄게.”
“아니, 난 운동신경도 없고 겁도 많아 스케이트는 못타. 오늘 나랑 비디오방에서 영화보자.”
“그래, 건대입구 쪽으로 가자.”
우리는 대공원을 나와 건대입구에 있는 비디오방에 갔다. 말이 비디오방이지 창문이 가려져 있고 문을 닫을 수 있어 연인들에게는 독립된 밀회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는 정사라는 야한 영화를 보았는 데 영화를 보다가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되었다. 황홀한 기분에 취하여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절정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음 달 나는 솔로헤븐 캠프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잠실역으로 향했다. 잠실역에 도착하자 캠프행사를 위하여 운영진에서 준비한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파인형, 디렉터님, 에밀리님, 운영자 헤븐님 등 반가운 얼굴이 모여 있어 나는 인사를 나누며 덕담을 나누었다. 그동안 채팅방에서만 대화를 나누었던 셰프님과 등산방에서 알고 지내던 유리님을 만났다. 그날 처음 만났는데 요리사인 셰프님은 유난히 나를 반가워하여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니 학창시절 MT를 떠나던 날의 기분이 상기되며 우리는 모두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 행복한 표정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등산방의 막내인 시인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자 다 같이 합창을 하고 낄낄대는 모습은 엠티가는 대학생들 모습 그 자체였다.
목적지인 대성리에 도착한 우리는 숙박장소인 유스호스텔에 각자의 짐을 풀고 체육대회를 위하여 공터에 모였다. 2인3각경기, 남자들의 족구, 줄다리기 등 솔로헤븐 체육대회를 가졌다. 그날의 히어로는 단연 셰프님이었다. 요리사인 그는 회원들을 위하여 대하요리를 준비하고 체육대회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하여 그가 속한 백군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MVP로 선정되어 상금과 상품을 받은 그에게 내가 축하를 하자 “하기님. 다음 주 주말에 가평에 있는 지인 별장에서 솔로헤븐 회원들끼리 모일까하는 데 하기님도 꼭 참석해주세요. 제가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분이 계셔서...”하는 셰프님의 말에 “네. 저도 다음 주에 별다른 스케줄이 없어서 참석하도록 할게요.”하고 약속을 하였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셰프님이 준비한 대하요리로 맛있는 저녁을 먹은 우리들은 공터에 모여 캠프파이어를 준비하였다. 높은 곳에 설치한 불꽃점화기가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모아놓은 장작불에 붙으며 불이 타오르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파인형이 “솔로헤븐 포에버.”를 외쳤다.
그 순간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솔로헤븐이 지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