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솔로헤븐 - 8 최종회
다음날 효선이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어제 마신 위스키의 술기운이 남아 있어 머리가 아팠다. “한번 만나자. 너에게 할 말도 있고...”
“그래. 내가 차로 너의 집 쪽으로 데리러 갈게.”나는 나의 흰색 아반떼를 몰고 강남에 있는 효선이의 집 방향으로 효선이를 데리러 갔다.
효선이는 항상 만나던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출입구 만남의 장소에 서있었다. 내 차가 다가가자 효선이가 알아보고 방긋 웃는다. 나도 웃으며 차문을 열어 주었다. 한강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는 창밖으로 한강변을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커피의 향을 맡으며 그녀가 하얀 샤넬백에서 하얀 봉투를 꺼냈다. 청첩장이었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해.”
“그래 축하해. 난 그날 선약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 행복하게 잘 살길 기원할게.”나는 진심으로 효선이 행복하길 바라며 그녀의 청첩장을 받았다.
“아버지가 아시는 분이 운영하는 증권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라고 소개시켜 주셨어. 너도 좋은 짝 만나서 잘 살아. 아니 벌써 생겼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솔로헤븐에서 만난 여자들을 생각해 보았다. 분명 사랑을 나눈 여자들은 많았지만 연인이라고 지금 말할 수 있는 여자가 떠오르지 않아 난감하였다.
“그래 언젠가는 나에게도 인연이 오겠지.”하고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솔로헤븐사이트는 서버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기존의 많은 사진자료, 동영상자료들이 모두 삭제되었다. 운영자가 자취를 감추어 파인형, 스칼렛누나, 에밀리님 등 고문단이 약간의 비용을 대어 사이트가 그나마 운영되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사이트는 재미도 없고 유용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잃어 예전같은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번개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오프라인에서도 예전같은 유대감이 없어져 온라인 상에서 채팅방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음악방은 음악을 올리는 대신 링크하는 방법으로 운영되어 부담없이 음악디제이 활동은 할 수 있었다. 그날도 나는 퇴근하여 음악방에 롤러코스터의 라스트씬을 링크하고 감상 중이었다. 채팅방에서 에어퀸 누나가 나를 초대하였다.
“안녕, 하기. 잘 지내지?”
“네, 누나도 잘 지내시죠?”
우리가 인사를 주고 받자 신규회원인 듯 눈팅만 하던 회원 둘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전 오늘 가입한 비키라고 해요. 원숭이 띠 33살이죠.”
묻지도 않은 나이까지 밝히는 것을 보니 아직 때묻지 않는 신입생느낌이었다.
“나도 33살인데, 전 조던이라고 해요. 저도 오늘 새로 가입했어요. 솔로생활을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재밌게 즐겨볼려고 검색하다가 이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우리 동갑인데 말 놓고 지내지. 난 하기라고 해. 오늘 시간되면 우리 번개할 까. 강남역 선녀와 나무꾼 어때.”
“오케이 하기, 난 콜”에어퀸 누나가 먼저 호응했다.
“그럴까. 처음이라 떨리네.”비키는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도 갈게. 나도 처음이니 신입 환영해 주시겠지.”조던의 말에 우리는 번개를 위하여 채팅방을 빠져 나왔다.
나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의자 위에 걸쳐 놓은 청자켓을 들고 신사동기숙사를 나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KGjCpLIZA (롤러코스터 라스트씬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