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블루스(1) - 단편소설

by 하기

이문동블루스(2020년 제12회 강원문학 신인상 수상작품)


* 저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문동블루스를 브런치에 연재합니다. 불륜 등 내용이 19금이라 부득이하게 야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19세 미만자는 패스하시는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소설 속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저의 상상력에 의존한 허구의 사실로 소설로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한낮의 정적을 깨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한국관 근처를 지나가는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한국관 맞은편 호텔 입구에 도착한 앰뷸런스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들 것에 한 사람을 싣고 구급차 안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었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행동과 무거운 표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하얀색 천으로 전신이 거의 덮여 있어 환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이래?”지나가는 이문동 주민들은 앰뷸런스 쪽을 바라보며 모두 궁금해했다.


“호텔에서 사람이 죽었대.”


“왜 죽었다는데?”


“자살인가, 타살인가, 나도 정확히 모르겠어. 아까 경찰들이 왔다 갔다 하며 조사하는 것 같던데.”


“살인사건인가. 호텔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7층 객실에 폴리스라인인가 노란 테이프로 접근금지 표시가 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래. 우리는 우리 볼 일이나 보자고. 한국관에서 블루스 한 곡 당기러 왔으니 남의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신나게 놀다 가자고.”


환자를 실은 앰뷸런스가 다시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떠나가자 한국관 카바레를 찾아온 일군의 남녀는 눈길을 돌리고 한국관 안으로 들어간다.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가 구슬프게 홀 안에 울리고 있었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꺼야"


담배연기가 자욱한 한국관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실내에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며 철 지난 댄스음악에 블루스를 추는 남녀들로 가득했다.


“수현 씨 이제 그만 갈까?” 현철은 블루스를 추다 말고 수현에게 말했다. “너무 빠른 것 아니야. 대낮부터 자기 너무 밝히는 거 아니야.” 수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반응했다.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저번에 부탁한 돈 얘기도 있고... 클럽 앞 호텔에 방 예약해놨으니 그리로 가서 얘기하자.”


“그래. 벌써 준비됐어. 자기 능력 좋네. 알았어.”수현은 기분이 좋은 듯 현철을 따라나선다.


호텔에 들어온 둘은 익숙하게 체크인을 하고 7층 객실로 들어간다. 방으로 들어온 둘은 문을 닫자마자 입구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옷을 벗기고 알몸이 된 그들은 침대에서 또 소파에서 사랑을 나눈다. 두 번에 걸친 진한 정사가 끝나고 수현은 피곤한 듯 잠에 빠져든다.


“아까. 맥주에 탄 수면제의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군.”하고 생각하며 현철은 잠든 수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거기에 한때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있다. 처음 만난 날 현철을 사로잡았던 리즈 테일러를 연상시키는 쌍꺼풀 진 큰 눈, 작지만 오뚝한 콧날, 약간의 뱃살이 있지만 세 아이를 낳은 유부녀의 몸이라고는 믿기 힘든 육감적이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수현을 총각인 현철은 사랑했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수현이 현철에게 요구한 돈은 5백만 원이었지만 현철은 2백만 원밖에 마련하지 못하였다. 수현의 끝없는 요구에 가진 재산을 거의 날리다시피 한 현철이었지만 현철은 수현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현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는 무능력한 자신을 원망하였다. 그러면서도 수현을 포기할 수 없었던 현철은 영원히 수현을 갖기 위하여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철은 옷걸이에 걸어 놓은 넥타이를 들고 수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넥타이를 풀어 수현의 목을 묶고 조르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hhkeRsj_ME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