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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깨나 한다는 아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

오래 앉아있는 '엉덩이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공부깨나 한다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엉덩이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엉덩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바로 ‘몰입’이다. 몰입을 하면 1시간이 1분처럼 짧게 느껴지기도 하며,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몰입의 상태에서 시간은 주관적으로 흐른다.




 우리가 자라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미세먼지 많은 날은 가정에서 부모나 형제, 자매와 놀이를 해야 하고, 어린이집에 가면 보육 교사의 지도에 따라서 제한된 공간에서 놀이를 한다. 안전을 위해서 피해야 할 곳들이 많아지고 실내 놀이가 많아지면서 자연을 경험하고 자유롭게 놀이를 선택할 수 있는 폭 또한 좁아졌다.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지만 그 프로그램의 의도와 방향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틀 안에 있다. 여름이 되면 매미를 잡으러 다니고, 메뚜기와 사마귀를 몇 시간이고 관찰하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아이의 지금을 보고 있자면 가끔은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흥미나 관심사를 스스로 선택해서 놀 수 있는 것은 왜 중요할까?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통해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아이가 몰입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몰입 선수들이다. 몰입을 하면 시간이 매우 주관적으로 흘러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놀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이야기. 몰입을 할 때에 아이들은 질적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몰입의 상태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아이들의 공통점인 ‘엉덩이 힘’이 길러진다. 즐겁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엉덩이의 힘이 길러진다. 엉덩이의 힘은 학습 스트레스를 참아내는 인내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몰입의 즐거움에서 온다. 


 커가면서 몰입의 방법을 잊어버리는 아이도 있고, 몰입의 경험을 강화시키는 아이도 있다. 그것은 부모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면 아이는 수시로 ‘몰입’을 연습할 수 있다. 몰입은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몰입과 즐거움은 친구처럼 함께 찾아온다. 하지만 뭐든 부모가 선택하고 아이가 부모의 선택에 쫓아가기만 해야 한다면, 몰입의 경험은 갈수록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즐거움 역시 줄어든다. 몰입은 즐거움을 통해서 연습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몰입의 과정을 매일 연습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림책을 읽고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반응하듯이 대화를 하는 방법이다. 그림책을 읽고 대화하는 전 과정은 몰입을 필수로 한다. 우선은 어떤 책을 읽을지, 언제 책을 읽을지 선택하는 과정부터 아이에게 주도권이 있다. 아이가 책을 선택했다면, 그 책을 읽는 과정 역시 아이에게 주도권을 내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시선을 움직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눈치 있게 따라가 주어야 한다. 때로 아이들은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고, 때로는 어떤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자꾸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 그림책의 장점은 책을 고르는 일부터 책장을 넘기고 그 안에서 시선을 주는 모든 행위를 아이가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시선을 움직이고 이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내용이나 정보도 억지로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다. 특히 아이가 그림책 고르기와 그림책 읽기의 속도를 주도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반응하듯이 대화를 건넨다면 아이는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묻고 해소하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부모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아이가 주도하는 대화이다. 


 이런 점에서 그림책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과 매우 큰 차이를 지닌다. 텔레비전과 유튜브에는 시선을 준다기보다는 시선을 빼앗기는 것에 가까운 화려한 영상이 참 많다. 아이들은 쉽게 영상에 빠져들고 몰입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몰입은 책을 읽으며 경험하는 몰입과는 차이를 지닌다. 책을 읽으며 하는 몰입은 나의 생각이 개입할 기회가 있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생각이 개입할 틈이 거의 없다. 영상과 나 사이에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 권한이 전혀 없다. 선택권이 있다면 채널을 돌리는 정도이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가장 화려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남는다.


 매일 하루 30분 그림책으로 대화를 하며, 아이와 함께 그림책의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에 따라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생생하게 전달해 주기도 해 보자. 아이가 그림책에 대해서 질문하거나 어떤 페이지에 머물고 싶어 한다면 충분히 그 페이지에 머물러 주자. 이런 몰입의 과정이 ‘엉덩이의 힘’을 기르는 공부의 베이스가 된다.                                                                                                                                                          


                                                                                                                              

 그림책으로 대화하는 간접 경험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직접 경험이다. 


 부모는 때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 놓고서도 충분한 몰입의 기회는 빼앗는다. 더 많은 경험을 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놀이터에서 개미를 발견하고 유심히 개미를 관찰하고 있는 아이에게 개미는 많이 보았으니 저기 날아가는 새를 좀 보자고 아이를 이끈다. 실컷 그네를 타고 싶은 아이에게 이제 오래 탔으니 미끄럼틀을 타자고 한다


 놀이공원이나 아쿠아리움 등 돈을 내고 입장해야 하는 곳은 더욱 그렇다. 전시되어 있는 것은 모두 보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인가에 꽂혀 있는 아이의 시선을 자꾸만 옮겨보려고 애쓴다. 이것 보자, 저것 보자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대화를 건네고 놀아주는데 왜 아이가 나의 이야기에 반응이 없는지 궁금해한다. 아이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대상에 깊이 몰두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아이의 시선과 반응을 쫓아가며,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 그 관심과 흥미의 방향에 따라 좀 더 확장된 경험을 연결해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역시 선택권은 아이에게 있다. 아이가 한 가지에 오랫동안 몰입할수록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고 있음을 잊지 말자. 왜 아이가 '공룡'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숫자'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불필요하다. 아이가 관심을 느끼고 흥미를 갖는 대상에 대해서 유심히 관찰하면 그 안에서 아이의 진로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곳, 관심을 가질만한 놀잇감 등을 골라 아이와 함께 한다면 아이가 매우 기뻐할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선택하고 주도하는 놀이의 과정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을 수 있는 엉덩이의 힘이 길러지며, 몰입의 방법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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