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미래에서온엄마 김보배
Mar 12. 2021
남과 끊임없이 비교를 해도 행복한 이유
삶의 기회비용을 이해하다
자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삶에 깊이 만족하게 되었다.
소위 불만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교'를 끊은 것도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요즘도 나는 남과 자주 비교한다.
비교는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내가 그 수준에 훨씬 못 미칠 때조차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흔히 모든 것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 흔한 말이라 잘 와 닿지가 않는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이유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에 두는 비중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나 자신의 속도가 남들보다 많이 느리다면
그 일이 내 마음에서 어느 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이루었다면
그로 인해 포기한 많은 부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기회비용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에 큰 성취는 어렵다.
내가 그보다 느린 속도로 가고 있다면
나는 다른 무언가를 더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가족, 혹은 나 자신의 마음 등일 수도 있다.
내가 더 챙기고 있는 부분들의 가치를 인식하면
단순히 한 가지만 놓고 비교하지 않게 된다.
너무 부러워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물어보자.
그리고 나에게 그처럼 시간을 쏟을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만약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마음의 비중이 다른 곳에 좀 더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러니 그가 부럽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에 내 행복과 만족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비교는 남과 나의 다름을 확인하고
삶의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정도로 활용하면 알맞다.
내가 아는 병원에 참 멋진 여의사가 한 분 계시다.
단순 비교하면 그녀가 나보다 많은 면에서 더 멋져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녀처럼 내 시간의 비중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학술 논문을 볼 시간도 없고
매일 바쁜 병원 일정에 끌려 다니기도 싫다.
내 마음에는 다른 비중 있는 일들이 많다.
그녀와 나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부럽지는 않다.
그리고 만약 내가 간절히 원한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나 역시 그것을 성취할 수도 있음을 안다.
다만 내가 선택하지 않을 뿐이다.
성취의 속도를 따지기 위해서는
마음의 '비중'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내 마음속에 중요한 일들이 여럿 있다면
나 자신에게 너무 빠른 속도를 기대하면 안 된다.
천천히 밸런스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마음속에 중요한 일이 단 하나라면 속도를 내볼만하다.
나의 시간을 그것에만 쓰면 되니까.
이래도 저래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니
비교가 그리 고통스럽지가 않다.
좀 모자라도 좋고 좀 넘쳐도 좋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삶의 기회비용을 이해했다.
단지 나에게 더 행복과 만족을 주는 방향으로 선택해 나가면 그만이라는 것을.
내 삶이 내가 생각하는 알맞은 비중과 비율대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