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독서법
나는 책과 관련하여 무엇이 두려운가?
책은 우리에게 변화하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합니다. 그것도 아주 영향력이 있는 작가나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귀중한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 책을 읽고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으려고 하는데도 나는 무엇이 두려워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
책은 다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끝까지 읽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다 읽기 힘들면 독서 모임에 참여해서 읽는 방법도 있고 하루에 조금씩 읽을 분량을 나눠서 읽어도 됩니다. 이어령 작가는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에게 주는 그 한 문장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라고 했죠.
‘나는 왜 읽기가 힘들까’(일본 언어학자, 도야마 시게히코)에서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고 역시 말합니다.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다 읽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산 비용이 아깝기도 하죠. 한 줄이라도 내 삶에 변화를 주는 책, 한 줄이라도 공감을 일으키는 책, 한 줄이라도 전달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 책, 한 줄이라도 메모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가치 있는 책이 아닐까요? 이 생각의 전환 하나만으로도 다른 영역의 일까지 생각의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새로움이 시작됩니다.
저도 끝까지 읽은 책도 있고 읽다가 그만 둔 책도 많습니다. 보통 독서모임에서 나누려고 하는 책은 다 읽고 참석하려고 하지만 읽은 만큼만 독서 모임에서 나눠도 됩니다. 읽은 분량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어차피 다 읽는다고 해서 내용이 다 생각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다 읽어본 경험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합니다. 한 권을 읽었다는 성취감으로 ‘책을 다 읽을 수 있네’하는 자신감과 다 읽은 나에게 ‘나 좀 괜찮네’ 하는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전체적인 구성을 꿰뚫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표지부터 목차 에필로그까지 꼼꼼하게 읽어봅니다. 다 읽지 않아도 읽은 만큼 성장해서 좋고, 다 읽을 수 있으면 다 읽어서 좋습니다. ~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면 독서가 좀 더 가벼워질 거예요.
책만 읽고 싶다. 쓰기 싫다.
책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때로는 일화로 풀면서 돌려 말하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직접적으로 호통치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괜히 책을 읽으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읽기만 하고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도 됩니다. 힐링을 위해서 읽는 책이라면 조용히 읽고 감상에 빠지셔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읽은 내용을 나에게 적용하면서 실천한 내용을 찾거나 한 줄 후기라도 써야 성장하지 않을까요?
읽기만 하고 한 줄 후기도 쓰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술술 읽기만 하면 술술 잊어버립니다. 노력한 만큼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더 큰 효과를 얻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분이라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읽으면서 쓸 내용을 유심히 체크하고 실천할 내용을 찾아야 되겠죠.
초보 독서를 하는 분이라면 읽기만 해도 좋고 한 줄 느낌만 써도 됩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것은 세상의 법칙입니다. 처음부터 읽으면 무조건 한 줄 후기는 쓴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읽는 만큼 쓰기 실력도 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분명히 쓸 능력이 있는데도 쓰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생각하는 창작의 고통을 하지 않으려고 하죠. 생각하는 노력 없이, 고통 없이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나의 독서 능력이 드러나는 게 두렵다.
독서 모임을 하다 보면 처음 참여하시는 분들이 본인의 독서 능력이 드러나는 게 두렵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읽을 기회나, 시간이나, 동기부여 부족 등으로 읽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읽으면 됩니다. 이제부터 시작하고 배우면 되죠. 독서 모임 참여하기 전에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차근차근 배눠나간다면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 대신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읽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그 두려운 순간을 거치지 않고 독서 능력이 한순간에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나, 꼴찌는 있는 법이고 그걸 이겨내는 시간이 모여서 하나씩 성장하고 점점 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되는 거예요. 마라톤 클럽에 쉰이 넘어서 가입하고 나서 거의 1년간 꼴찌로 살았습니다. 당연히 늦게 시작했으니 꼴찌가 당연한데도 기분이 항상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나이라도 어리다면 괜찮을 텐데 나이 들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항상 처음에 꼴찌의 부끄러움을, 초보자의 어설픔을 이겨내야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1년이 지난 후 꼴찌는 면했습니다.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초보의 그 서툰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다지 유심히 바라보지 않고 서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못해서 서툰 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해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부족함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해보지도 않고 시간도 투자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 뿐입니다. 읽다 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책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어려운 책도 읽고 싶고 다른 영역의 책도 도전하게 되는데 처음 시작인 분들은 이 마음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이해 못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다는 자신감 없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할 것인가가 독서리더로서 가장 큰 과제입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위축되지 마시고 자신감 있게 도전하셔도 됩니다. 주변에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것만으로도 격려하고 응원을 드릴테니까요.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면 책에서 격려와 응원, 동기부여를 받으실 거예요. 책을 읽을수록 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감과 자존감, 동기부여 되는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계속 받을 수는 없으니 자신이 직접 자신에게 해야 합니다. 작은 일을 자주 해내면서 성취감,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을 계속 높이려고 스스로 자가발전기를 계속 돌려야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독서 방법을 안내하기 위함도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 책을 쓰게 되면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리더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존재 자체로도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가요? 스스로 느끼려고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도 줄 수 없습니다.
어렸을 적 사랑을 받지 못해서 자존감이 낮다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 낮은 자존감이 평생 따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지영 작가는 딸에게 스무 살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불평, 불만을 이야기해도 어려서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했지만 성년 이후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알려주더군요.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교수님에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해결할 방법이 없냐고요? 어떻게 하면 그 받지 못한 사랑을 이겨낼 수 있냐고요? 두 번째 사랑을 주고받을 기회는 배우자랍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사랑으로 채워나간다면 어릴 적 부족한 사랑이 해소되기도 합니다. 그렇지 못한 배우자인 경우는 또 어떻게 하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삶의 이치를 깨달으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고 했어요. 물, 공기, 하늘, 집, 자동차, 식물, 학교, 밥, 책, 선생님, 친구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 물질적, 비물질적인 부분, 시간, 공간이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지 깨달으면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고요. 감동적인 답변이었습니다.
나의 삶이 드러나는 게 싫다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프기도 하고 되돌아보기가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시를 읽어도 아픈 상처가 생각되기도 하고, 소설을 읽어도 비슷한 상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내용만 보면서 살기를 원해요. 독서 모임을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합니다. 계속 자기 안에 갇혀서 살게 됩니다. 적당한 자기 오픈이 있어야 대화할 수 있고 서로 공감이 되고 관계도 조금씩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다 오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기준을 자기가 정하면 되거든요. 아예 꽁꽁 문을 닫지 말고 대화가 가능한 만큼은 드러내는 게 어떨까요? 글이든 말이든 어느 정도 오픈하지 않으면 안으로 곪게 되어 있으니까요. 독서와 글쓰기로 치유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머리 쓰기 싫다, 편하게 살고 싶다.
학창 시절에는 암기가 많고 복잡한 내용이 많았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읽는 책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내 생활과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편안하게 읽으면 됩니다.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되어서 읽으면 도움이 되어서 좋고, 힐링하기 위해서 읽으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서 좋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그 더 좋은 게 없습니다. 누가 테스트하지도 않고 정답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느끼고 깨닫고 삶에 도움이 되면 그만입니다.
우리는 너무 압박감에 책을 읽고 내용을 암기했기에 책이 싫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편하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독서 모임을 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며 책과 시간, 경제, 마음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기회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훌륭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랐다면 이제 나만의 시간으로 그동안 배우고 싶었고, 알고 싶었던 내용을 하나씩 배우면 됩니다. 그러다 부가가치 비즈니스로 연결되면 더없이 좋은 거고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을 읽는 모습을 손주들에게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손주들에게 책 읽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계속 호기심과 열린 마음 유연한 사고로 평생 살고 싶습니다. 두뇌가 굳지 않도록 계속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고 새로운 간접경험, 직접 경험을 할 작정입니다. 무엇보다 나의 즐거움과 행복과 여유를 늘 책과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