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초보 독서법
필사하며 읽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필사는 그냥 읽는 것보다 힘이 듭니다. 힘이 들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 성장의 크기는 작겠죠. 힘이 들수록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고통의 깊이만큼, 깊이 사고한 만큼 깊어지니까요. 특히 처음 책을 접하는 초보에게는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내용 파악하기 어려운 책일 경우 더 효과가 있습니다. 필사하는 시간에 몇 권의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 한 권을 깊이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분들에게도 필사를, 그보다는 지금 당장 다양한 책을 접하고 싶다는 분은 그냥 독서를 하면 되는 거죠.
필사하게 된 계기
처음 필사를 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2월 모든 오프라인 독서지도 관련 수업이 취소된 후 이 시간을 활용하자는 생각에서 ‘갈매기의 꿈’과 ‘어린 왕자’를 혼자서 필사하다가 ‘논어’ 필사를 한다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여 11개월간 하루 두 구절씩 필사하였습니다. 이해 가는 문장도 있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문장이 더 많아서 찾아가며 필사했어요. 겨우 뜻을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그 자체가 공부였다는 걸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사 효과는?
필사하면서 의미를 추척한다.
- ‘책 쓰기는 애쓰기다’ 124p(유영만) -
단순한 논어 필사가 아니라 한자를 쓰고, 한자 음을 달고, 해석하고 나만의 느낌을 쓰다 보니 글쓰기 실력도 늘었고 깊이 사고하는 습관이 길러졌습니다. 필사는 그냥 필사일 뿐이고 무엇보다 나만의 생각과 실천할 내용을 적으면서 성장하였기에 필사 독서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논어는 생각보다 어려웠기에 그보다 쉬운 책을 고르다 혼자 필사해 본 책인 ‘갈매기의 꿈’으로 필사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서지도를 한 경험 덕분에 필사를 접목하여 필사 독서반을 운영하게 된 것이죠. 지금도 어떤 글을 쓰다 보면 논어를 인용하게 되는데 떠오릅니다. 전부가 생각나지 않지만 쓴 기억이 남아 있어서 필사 노트나 블로그에 게시한 글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때의 생각을 볼 수도 있어서 지금과 다른 점도 있고 여전히 같은 관점을 가진 점도 있더군요. 무엇보다는 11개월 동안 논어 필사를 마쳤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장기 프로젝트를 좋아하나 봅니다. 혼자 달리기 연습하다가 마라톤 클럽 가입 후 9개월 동안 아주 치열하게 훈련한 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고, 11개월 동안 주 6일 필사 후 완필했으니까요.
내가 읽었던 그 책이 아니다.
현재 필사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책은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과 ‘니체의 말’(박재현 번역), 도덕경(노자)입니다. ‘갈매기의 꿈’을 필사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은 하나같이 내가 알던 ‘갈매기의 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청소년기 또는 20~30대에 읽었던 책이 아니라고요. 당연합니다. 내가 그만큼 성장을 했고 다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깊이 있게 문장을 읽고 필사하고 느낌을 쓰다 보면 문장 하나하나를 유심히 읽게 되고 쓰게 되니 다른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어렸을 적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이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다 보니 질문도 달라진 거죠.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갈매기 조나단과 비교하게 되어 더 자극을 받습니다.
‘니체의 말’은 많은 작가가 인용하는 문장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는 ‘나는 나를 존경하고 있는가’하는 문장에서 한참을 멈추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존경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래 머물렀던 문장입니다. 내 안의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이 있다면 긍정적인 문장과 자신을 이해하는 문장으로 무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성장해야 하겠죠. 읽고 지나치는 것보다 ‘니체의 말’을 필사하며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새긴다면 그 각인되는 깊이가 달라집니다.
‘도덕경’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심오한 뜻이 많았기에 한글 해석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다른 분의 동영상 한자 해석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한참이나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와는 달리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필사를 해보니 어떤 책이었는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필사해야 하는 책입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도덕경입니다.
필사 독서를 운영하다 보니 우리나라 한글의 아름다운 글을 느끼고 싶어 시집 필사 반도 운영하게 되었어요. 번역본과 달리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시집만 한 게 없습니다. 특히 유명한 시인들의 글은 감탄하며 읽게 되고 필사하게 됩니다.
역시 필사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시를 필사한 후 나만의 창작시를 지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창작시들이 너무 멋져서 공동시집을 2권(‘시집 필사하다 시인이 되다’, ‘내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서’)이나 출간하게 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좋은 글을 쓰게 됩니다. 쓰는 게 어렵다고는 하지만 다른 분들의 좋은 글을 필사하며 나만의 글을 쓰게 된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겠지요. 모방이 모방으로 끝나지 않도록 필사하면서 나만의 글로 느낌 쓰기, 자신에게 질문하기, 나만의 한 문장 만들기, 창작시 짓기는 나만의 잠재력, 창의력을 끌어내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천만 권을 읽어도 내 글로 쓰지 않으면 독서는 끝난 게 아니다.
‘초서 독서법’ (김병완) -
필사 독서를 위한 추천 책으로는 우리나라 시집, 갈매기의 꿈, 니체의 말, 논어, 도덕경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