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초보 독서법
독서 후기 쓰며 읽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독서 후기 쓰며 읽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거기에다가 처음 독서 후기를 쓰는 분이라면 더 시간이 걸리겠지요. 독서 모임을 하다 보면 처음 독서를 하시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독서 후기입니다. 일정 분량을 읽고 본인의 SNS에 독서 후기를 1~3줄 쓰라고 하면 힘들어합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죠.
처음 독서 후기 쓰는 방법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3 문장 고르고 거기에 대한 느낌을 쓰면 됩니다. 왜 이 문장을 골랐는지, 왜 나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쓰면 됩니다. 공감하는 부분이든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든가, 글의 내용처럼 하고 싶든가, 그와 관련한 경험이 있을 때 그 문장을 고르게 됩니다. 이유 없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느낌을 쓰면 되는데 어렵다고만 하고 쓰지 않게 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되는 거죠.
첫 문장을 쓰기 어렵다면 인상적인 문장부터 시작해서 써 내려가면 됩니다. 잘 쓰려고 하거나 누가 보는 게 두려워 쓰는 것을 망설이게 되면 계속 제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읽기는 읽겠는데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당연합니다. 쓰려고 하면 인상적인 문장 선정을 하려면 결정을 해야 하고, 나만의 느낌을 쓰려면 내 안에 있는 낱말들을 조합해서 끄집어내는 창의적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과정 없이 글쓰기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초등 2학년도 하는 글쓰기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일기 쓰기 시작합니다. 읽기를 자유롭게 하는 아이들도 쓰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기를 계속 쓰는 아이의 경우 1~2년 후 달라지는 글솜씨를 볼 수 있습니다. 안내하는 방법에 따라 1시간 안에도 글쓰기가 달라집니다.
그림책 독서지도를 초등 2학년에게 할 때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그림책을 읽고 느낌을 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것처럼 5 감각으로 쓰기를 시도해 봤습니다. 이 책은 사과 하나에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추억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오 감각 그림책 독후감 사례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사과 5개를 준비물로 가져가서 모둠별로 하나씩 네 모둠에 나눠줬습니다. 눈으로 보고(시각), 손으로 만져보고(촉각), 냄새도 맡아보고(후각), 문질렀을 때 나는 소리도 들어봅니다(청각). 하나를 깎아서 아이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주고 먹어 보라고(미각)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라고 하죠. 우리가 방금 해본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오 감각으로 느낀 점을 써보고 거기에 사과에 관한 경험을 써보라고 하면 평상시에 2~3줄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노트 한 장을 꽉 채웁니다.
초등 2학년도 충분히 긴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하물며 성인은 경험이 많으니 더 길게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잘 써야 한다는 두려움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감 있게 쓰기만 한다면 가능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필가가 될 필요 없다. 좋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망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워런 버핏-
쓰는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
저의 글쓰기 자신감은 상담심리를 배울 때 담당 교수님이 수강 후 느낌을 쓰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제가 쓴 글을 인쇄해 오셔서 다른 수강생들에게 보여주었을 때입니다. 논리적인 글도 아니었고 그냥 솔직한 느낌을 썼을 뿐인데 이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칭찬 하나로 꿈을 꾸기도 하고 꿈을 이루기도 합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글을 쓴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잘했다, 못했다 평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배웠기 때문에 칭찬만 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느낌을 써서 너무 좋다고 칭찬해 줍니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전문적인 글쓰기를 한다면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하겠지만 이제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만이 글을 쓰게 만듭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처음 글을 쓰고 싶거나 처음 독서하고 싶다면 주위를 둘러보시고 칭찬이나 격려가 많은 리더와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독서 후기를 쓸 때 일정한 양식 안에 쓰면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SNS에 독서 후기를 올릴 때는 이렇게 합니다. 인상적인 문장과 느낌만 써도 되고 몇 가지를 골라서 써도 됩니다. 저도 이렇게 쓸 때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3시간 걸리기도 합니다. 쉽고 빨리 쓰기보다는 내 생각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쓰기를 원하는 까닭입니다.
<독서 후기 양식>
1. 책의 제목과 작가, 출판사 소개
2.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3. 책의 목차(생략 가능)
4. 인상적인 3 문장과 그 문장을 고른 이유, 느낌 쓰기
5. 이 책을 읽고 드는 질문
6. 이 책을 읽고 나의 삶에 적용할 내용
7. 연관 지어 읽고 싶은 책,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책을 읽는 것보다 후기 쓰기가 더 중요하다고 점점 생각이 변하고 있습니다. 읽기가 나의 내공을 길러준다면 쓰기는 나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읽기보다는 쓰기가 나를 마주하게 하고 내 안의 있는 나의 모습을 더 자주 발견하게 만드는 성장의 도구입니다. 쓰기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지해야만 쓰게 됩니다. 읽는 사람은 많은데 쓰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중요성을 모르고 실천하지도 않습니다. 쓰기에 관한 책을 3권만 읽는다면 쓰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쓰라는 말이 어디에서든 나오게 됩니다.
쓰기의 필요성을 알게 해 준 책은 고미숙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입니다. 읽기만 했던 저에게 쓰기의 거룩함과 통쾌함을 알려준 책이기에 읽은 후 꼭 독서 후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책입니다. 쓰기 위해서 읽고, 읽었으면 쓰라고 하는 작가 덕분에 읽기와 쓰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부를 이룬 자청의 ‘역행자’에게서도 부, 시간,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두 가지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였습니다. 이제부터 독서와 글쓰기가 한 쌍으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읽었으면 쓸 생각을 하고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있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거죠. 최근에 출판된 ‘쓰려고 읽습니다’(이정훈)에서도 책 제목처럼 쓰기 위해 읽으라고 합니다.
그냥 읽기와 쓰기 위해 읽기는 뭐가 다를까요?
읽기는 술술 읽어 내려간다고 하면, 쓰기 위해 읽기는 쓰기 위한 채가 하나 있기 때문에 내가 거르려고 하는 내용이 걸러집니다. 목적 있는 책 읽기가 가능합니다. 읽기만 하고 후기를 쓰려면 뭘 써야 할지 한참 고민하겠지만 쓰기 위한 읽기를 한다면 읽을 때부터 쓰기를 염두에 두고 읽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쓸지 읽으면서 표시를 해나갑니다. 읽기는 술술 읽어 내려가지만 쓰기 위해 읽기는 더 집중하면서 읽게 되고 나에게 적용할 부분을 중점적으로 찾으면서 읽습니다. 특히 책 쓰기나 논문이나 기획안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기 위한 읽기라면 필요한 부분만 찾아내는 능력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보통 책 읽기는 자신의 내적, 외적 성장을 위해서 읽는 분들이 많아서 성장을 위해서는 쓰기 위한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 읽기 쓰기는 한 쌍이라는 생각으로 읽기를 권합니다.
모든 책이 다 목적 있는 책 읽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읽는 그것만으로도 힐링하게 되는 시, 에세이, 소설도 있습니다.
쓰기는 읽기의 연장선이자 반전이며 도약이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107p(고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