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2km 고구려 마라톤 대회, 가볍게?가뿐하게?

보스톤 마라톤 풀코스 도전



KakaoTalk_20240225_152546640.jpg?type=w1

2024 아!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






32km 대회는 가볍게 가뿐하게


김민들레




고구려 마라톤 대회 32km, 고구려의 기상을 갖고

가볍게 다녀오겠다는 환상을 깬 것은 25km이후였다.

다리가 무겁고 목도 마르고 배가 고픈 이상한 기운으로

집중하기가 힘들 즈음 포기하고 싶다, 걷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평온한 페이스가 흔들린다.


그러나 나는 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래, 항상 죽을 것 같아도 finish line은 다가온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주위를 둘러 봐, 모두 힘겹게 뛰고 있잖아.


이렇게 32km도 힘들어 하면서 다음 달 풀코스는 어떻게 뛰려고 그럴까

나는 왜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뛸까? 몇 달 동안 하지 않았던 물음이

다시 기어올라온다. 아무 소용없는 질문들이다. 질문은 나중에 하자.

힘을 주는 말을 하자. 할 수 있어, 다 왔어, 또 해낼 거야. 한 발만.


마지막 5km 가뿐하게 달리려는 맘과 달리 더디고 더디다.

식수대 외에 걷지 않고 달린 장거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프까지는 물을 마실 때도 멈추지 않고 1초 2초가 아깝다며

컵을 낚아채며 마시기도 처음이다. 오~ 많이 늘었는 걸.


마지막 100m 스퍼트를 하고

아~ 아~ 힘들다. 아~ 아~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뱉는다.

해냈다. 앗싸~라고 몇 번 연습을 해도 아직까지 해보지 못했다.

통증에, 절뚝거림에, 쥐 때문에 고통이 완주 기쁨을 하루이틀 잡아먹는다.

빨리 집에 가서 침대에 몸을 뉘이고 싶다. 숨도 마음껏 쉬고, 물도 맘껏 마시고,

바나나도 맘껏 먹고 밥도 배불리 마음껏 먹고 싶다.



어제 대회 후유증으로 몸은 천근만근, 걸을 때마다 어이구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마치 아득히 옛날 일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고 생각의 패턴도 무너졌다.

몸과 마음을 다 뒤흔들어놓은 2024 아!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 32km

나를 지키기나 했을까?

난 뭘 배웠을까?

3시간 14분 동안.

KakaoTalk_20240225_075548349_01.jpg 2024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4동아마라톤 대비 100일 운동 챌린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