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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8회 보스턴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4 보스턴 마라톤 풀코스 완주





보스턴 마라톤 풀코스 참가 완주 후기입니다. 지난번 에는 출발 전까지 소개했는데요. 이번에는 러닝 과정 소개하려고 합니다. 참가한 선수들만 버스를 타서 출발선으로 이동합니다. 개인 물건은 여행사 버스에 맡김(개인적으로 맡긴다면 어떻게 맡기는지 궁금, 국내 메이저 대회는 짐 맡기고 찾는 일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항상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왔어요. 기다리다가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 25분 간격으로 출발*



제가 속한 WAVE 4는 10시 30분에 출발했고 WAVE 1은 9시 15분으로 25분 간격으로 걸었어요. 완전한 스타트가 아니라 출발점까지 가는 과정입니다. 국내 대회는 G 그룹이라고 해도 인원이 많아서 발에 치일 정도인데 여기에서는 같은 WAVE에서 다시 7개조(corral)로 나누더군요. 인원 분배를 하려는 장치 같습니다. 그래도 인원이 많기는 하지만 동마나, 춘마, 제마 대회처럼 한꺼번에 밀리는 정도는 아니죠.


출발도 25분 간격이라서 제가 속한 WAVE는 11시 15분이나 되었어요. 햇빛이 강한 낮 시간이라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기다리는 단점이 있으나 장점을 더 고려하고 안전과 기록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선택 같군요.



*비슷한 페이스 러너끼리 출발*


출발 후 계속 내리막길이었지만 6분 20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마라닉 tv에서 만난 분들과 같이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24동아 마라톤 4시간 42분 기록이 최고 기록인데 같이 뛰신 분은 4시간 30분대, 4시간 40분대로 비슷한 기록이어서 같이 뛰었습니다. 두 분은 친구끼리 참가하셨어요. 혼자 뛸 수도 있었지만 여기 와서 혼자 뛴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재미있게 같이 뛰고 싶었습니다.





*응원 문화가 색다른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국내 대회처럼 많은 분들이 펜스 양쪽으로 나란히 서서 환호와 박수를 쳐주고 있었어요. 1~2km 정도면 없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finish line까지 응원하는 인원이 대단했어요. 보스턴 마라톤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참가하신 분들이 모두 응원 문화를 손꼽습니다. 그 이유를 알겠어요. 왜 보스턴 지역의 문화인지를요. 자신의 지인뿐 아니라 참가한 모든 러너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더군요.


태극기가 싱글렛에 있어서 South Korea 외쳐주시고,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응원도 많이 받았어요. 나중에는 화답할 힘도 없어요~^^





여학생들의 목소리와 열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다 통하나 봅니다. 소리 지르며 응원을 해줍니다. 대회는 매회 월요일 진행되고 애국자의 날(패트리어트 데이)로 공휴일입니다. 세계 3대 마라톤에 속하기도 하고 이봉주 선수가 우승을 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응원하는 hi-five*


특히 어린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기다릴 때는 안타까워 일부러 가서 손을 hi-five를 해주기도 했죠. 집 마당에서 돗자리를 깔거나 의자를 도로 근처에 가져와서 응원하고 있었어요. 그 끝이 42.195km라면 믿으시겠어요?



*가족마다 다른 간식 준비*


수박을 가져오는 가족, 오렌지를 가져오는 가족, 콜라를 가져오는 가족, 얼음을 가져오는 가족, 과자를 가져오는 가족, 미니 도넛을 가져오는 가족, 물 뿌리기 호수 등 아주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모두 팔을 길게 내밀고 가져가라고 애원하는 듯한 느낌이죠. 아이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주는 것 같은데 청소년 이상의 사람들은 소리 지르고 아주 즐기는 듯한 인상이었어요.





*양쪽에서 준비한 식수대*


2.5km마다 식수대가 있었어요. 게토래이 식수대가 제공되고 그다음에는 물이 있었어요. 이렇게 손에 올려 넣고 가져가라고 하니 훨씬 편했어요. 1초라도 아낄 수 있고 도우미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매 식수대마다 이렇게 인원을 비치하고 있는 거죠. 교통 통제를 했기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요. 분산하게 만들어 놓으니 식수대마다 기다려져요. 금방금방 식수대가 나온다는 느낌이 들어서 덜 힘들었어요.



*서브 5 주자도 받는 에너지젤*


에너지젤도 식수대 방법으로 주더군요. 손으로 직접 건네줍니다. 저는 20km, 30km에 받았어요,. 하나를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도 하더군요. 저는 5시간 전후로 완주하기 때문에 에너지젤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4개를 모두 주머니에 넣고 달렸죠. 국내 대회에서는 앞에 뛴 러너들이 2~3개씩 가져가 버려서 없다고 합니다. 기록이 저조한 분들도 에너지젤이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첫 풀 춘마(춘천마라톤)에 에너지젤을 못 받아서 항상 4개의 젤을 모두 준비해서 참가합니다. 동마, 제마 때에도 항상 다 떨어져서 없다고 해서 받지 못했어요.


28000명 이상의 에너지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직접 건네 주기 때문에, 1~2개를 줘도 여유가 있을 만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응원할 수 있는 코스 선정*


양쪽 길가의 응원들이 끝이 없습니다. 마지막 선수가 지날 때까지 응원하더군요. 이런 마을이 계속 연결이 됩니다. 마을을 쭉 이어서 코스를 만든 느낌입니다. 서울 도심처럼 빌딩도 아니고, 아주 한적한 시골 코스도 아닙니다. 마을을 지나가는 코스를 만들어 집 앞에서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아요.


춘천 마라톤인 경우 마을을 지나더라도 거리에 나와서 응원하는 분들이 거의 없고, 밭이나 인가가 드문 구간도 많이 있어 지루한 구간입니다. 동아 마라톤이나 JTBC 마라톤은 서울 도심이지만 일부 출발, 도착, 힘든 30km 지점에 대부분 크루나 클럽 회원, 가족들이 응원하는 정도입니다. 청계천 구간에서는 주민들도 항상 응원해 주시긴 했어요.


따로 버스를 타고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지나가는 러너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코스가 정해져 있는 거죠. 그래야 집에서 응원 도구, 간식을 들고 오기도 편하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도 덜하죠. 러너나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좋은 코스입니다. 저는 5회째 풀코스 완주라서 그다지 경험은 많지 않지만 코스는 제게 힘들었어요. 제마, 동마, 춘마처럼 평지가 많이 있지 않아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였습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밭솥테러로 인해 사람들이 다쳤지만 그 다음 해 2014년 계속 대회가 이어졌습니다. 그때 슬로건이 Boston Strong입니다. 트라우마나 고통은 극복하면 강해지지만 상처가 되면 괴롭거든요. 멋지게 재기한 슬로건이 더 아름답습니다.



*공휴일에 진행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보통 토요일, 일요일에 진행되는 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공휴일에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128회를 해왔다면 가족 중, 조상 중 누구라도 참가한 사람이 있을 거라서 마라톤 응원을 공감했을 거라는 귀0 님의 말에도 공감이 되거든요.





*Heartbreak Hill 언덕 현수막*


보스턴 1947 영화에서도 나온 언덕입니다. 서윤복 선수가 성큼성큼 오르던 언덕이었지만 저는 걷다 뛰다를 반복했습니다. 다 올라가니 이런 멋진 현수막이 있지 뭐예요? 러너들도 달리기를 잊고 사진을 찍는 곳입니다. 이런 곳을 사진 찍지 않으면 어디를 찍으리오. 춘마 사상 대교 춘천댐 앞에도 이런 현수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군자교 언덕 넘어서 이런 현수막을 넘으면 또 얼마나 소소한 재미가 있을까요?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다 보면 횡단보도를 건너게 됩니다. 러너는 달리고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죠. 멈칫멈칫하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피해서 가기도 하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두 갈래 길을 만들어 놓았어요. 한 갈래 길을 통제(시민들이 건널 수 있도록 여러 명 모음) 하고 다른 갈래 길로 러너들을 뛰게 합니다. 러너들 앞뒤 간격이 벌어졌을 때 건너는 시민들을 위해 반대로 통제하면 자연스럽게 달리거나, 시민들은 건널 수 있어요. 끈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건너게 하는 참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 스퍼트*


마지막 500m 전후해서는 함성 소리가 극에 달한 것 같았어요. 끝도 없이 응원 소리가 들리더군요.





스퍼트를 하면서 드디어 완주를 했습니다. 풀코스 4회 완주했을 때는 모두 통증으로 절뚝거리며 finish line을 밟았는데 천천히 달렸고, 마라톤을 피크닉처럼 달려서인지 멀쩡하게~^^ 두 팔을 벌리고 웃으면서 들어왔습니다. 풀코스를 5회 완주하고 나서야 즐런, 펀런, 마라닉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군요.





*메달을 직접 목에 걸어주다*


메달과 간식(빵, 음료수, 초코바, 과자 등)을 받았습니다. 메달을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목에 걸어주더군요. 축하한다고 하면서요. 춘마, 제마, 동마 메달은 간식 꾸러미에 넣어주거나 작은 비닐팩에 들어있죠. 여럿이 온 사람들은 그나마 서로 축하를 해주지만 혼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도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체온 조절용 비닐*


엘리트 선수들은 완주하면 큰 타올을 어깨에 둘러줍니다. 땀이 식으면 추우니 체온조절을 위해서 주는 것이죠.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큰 사각 비닐을 둘러주더군요. 땀이 식어서 차량까지 이동하는데 추웠는데요. 비닐이 보온이 되었어요. 거기다가 앞으로 여미면 테이프까지 붙여주더군요. 이런 세심함이라니.



*휠체어 서비스*


완주하고 보니 휠체어가 3~4대씩 자원봉사자와 대기하고 있었어요. 2~3군데 보였어요. 쓰러지거나 걷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첫 풀코스를 뛰거나 부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한데 국내 대회에서는 완주 후에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아쉽네요.



24보스턴 마라톤을 통해서 진정한 러닝의 즐거움은 러너와 응원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임을 감동하며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왜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꼭 경험하라고 하는지 체험하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경험을 하려고 그 힘든 마라톤을 계속했나 봅니다. 평생 잊지 못할 대단히 감동스러운 대회였습니다.


동반주 하신 미주님, 윤경 님 감사해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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