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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골절, 삼과 골절, 달리기야 올해는 쉬어야겠구나


김민들레 이야기책빵 발목 골절, 삼과 골절



산에서 하산하다가 발을 헛디뎌서 겨우 내려왔다. 


골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나마 부축하고 지팡이 짚고 걸어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알려주시는 대로 토, 일요일 열심히 얼음찜질을 하고 발을 높이 올려서 쉬었건만 붓기는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한다. 압박 붕대로 감고 있으면 붓기가 빠진다고 해서 고등학교 때 배운 대로 감아보았다. 


세상에나, 기억이 난다. 중간고사 실기 시험인데 그때는 짝꿍 팔에 붕대 감기였다. 교련이었는지, 가정 과목이었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나다니. 30년이 지나도 실기, 몸으로 연습한 건 기억나는구나. 역시 교육의 힘이구만.


어쩔 시구 단순하게 발목이 삔 게 아닌가? 하루 지나면 나아야 하는데 이상하네.ㅠㅠ


이튿날 전혀 왼쪽 발이 바닥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파졌다. 발은 새파랗게, 보랗게 멍들기 시작해서 발톱 끝까지 보라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병원도 혼자 갈 수 없어서 남편이 오전 반차 휴가를 내고 동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골절이라며 반 깁스를 하고 대학병원으로 가서 수술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네. 어라. 일이 커졌는걸.





목발을 짚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난생처음 목발이다. 새로운 세상이구나


이거 언제 돌려 드리나요?


치료비에 포함되어 있다네요. 125,000원.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갔건만 진료조차 볼 수 없다. 예약이 꽉 차서  월요일인데 일주일 후에 오라니. 나는 아파 죽겠구만.  동네 병원에 전화해 보니 응급실로 가보란다. 


응급실로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30분 정도 기다리니 수요일로 진료를 잡는다. 진료 보기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그래도 다행이다. 여기서도 발을 높게 올리고 얼음찜질로 붓기를 빼란다. 수술하려면  붓기  빼야 한다네. 


이틀 후 다시 예약한 시간 오후 2시로 가자고 했으나 밤새 통증이 심해서 09시에 득달같이 차를 타고 병원 앞에서 휠체어를 대여하고 접수하였으나 실패.  담당의가 오전 진료가 없단다. ㅠㅠ


2시 이전 1시 30분까지 오라고 하면서 30분을 앞당겼다. 집에 다녀온 후 오후에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를 요리조리로 다각도로 찍더니만 삼과 골절이 나왔다. 복숭아뼈 3군데가 골절되었다는 뜻이란다. 


엥? 하나도, 둘도 아니고 세 군데라고? 세쌍둥이도 아니고 삼과 골절이라니 첨 듣는 말인디.


최소 6개월 회복하고 뛰는 건 조깅 정도 가능하다네. 마라톤은 힘들 거라면서. 


그럴 리가, 회복하면 되겠지만 급 우울해졌다. 길어도 3개월 생각했는데 6개월이라니 와 나에게 어떤 강함을 주려고 이러시나


6개월 달리지 못하다니, 와…어쩐다냐. 


진통제만 처방받고 나왔다. 


남편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휠체어를 타고 문을 열려고 하니 열 수가 없었다. 


엥? 일어나서 목발로 겨우 서서 문을 열고 다시 휠체어에 앉아서 문을 지난다. 다시 문을 목발로 닫는다. 참 불편하구나. 병원도 이럴진대 불편한 곳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사고 후 2주 일 안에 수술하면 괜찮다고 해서 다른 병원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사고 난지 10일 후에 수술하는 거라서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단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너무 힘들다. 피가 골절된 부분에 모여 있는 기분이라서 너무 아프다. 그나마 다리를 높이 쳐들고 있거나, 침대 모서리에 기대고 있으면 낫다. 그것도 5~10분 지나면 힘들어서 무릎을 구부렸다가 다시 편다. 


누워있는 게 좋다고 하니 누워있는데 책을 읽어도, 글을 쓰기도 집중하기가 힘들다. 어여 빨리 수술 하는 게 제일 낫겠다.. 


이 시간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내는 게 뭘까?


다리가 불편하니 화장실 가는 일도, 음식 하는 일도, 문 닫는 일도, 불 끄는 일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생활에 당분간 익숙어져야 하겠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 있을 수 없으니 아무 일도 못한다. 음식도 청소도 빨래도. 그건 좋다. 남편과 아이들은 전쟁이다. 서로 미루고 쌓여 있고 그러다 누군가 하고. 


밥도 침대에서 먹고 있다. 목발 짚고 갈 수는 있으나 가져다주기도 한다. 


마라톤 인생에 부상은 이제 없을 줄 알았다.


첫 풀코스 뛰고 왼쪽 장경 인대 3개월 치료


울릉도 마라톤 풀코스 19km에 넘어져서 얼굴, 양쪽 무릎 1개월 치료


발목 골절 6개월 치료? 


6개월 후 러닝 할 수 있으려나?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 다녀온 후 마라톤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물음표가 생긴다. 이겨내고 다시 러닝 한다면 그때 아름다워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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