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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스토리가 발목 골절 부상 회복 스토리가 되다





발목 골절로 몇 개월 동안 러닝 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수술 전인데도 집에만 있는 게 참 갑갑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6월 낮 기온이 덥지만 아직 나무 아래는 서늘하기에 책과 커피를 들고 목발을 짚고 나섰다. 


공원이지만 목발로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검색해 보니 쉽지 않다. 보건소에서 휠체어 대여 신청을 했지만 대기자는 7명이나 있어서 언제 될지 모르겠다. 


주차하기 쉽고,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나무 그늘이 있는 곳,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을 찾다가 광명에 있는 일직 수변공원을 생각해냈다. 


지나다가 우연히 간 곳인데 아담하고 자그마한 공원이 생각났다. 





캠핑 의자를 두 개 들고 그늘을 찾아 앉았다. 역시 바깥 날씨와 달리 나무 그늘은 바람도 솔솔 불고, 해도 가려주고 참 시원하다.





일요일이고 이렇게 부상이 있어서 꼼짝할 수 없을 때에는 1시간 산책, 드라이브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나무 아래서 책을 읽는 30~40분 동안 오직 소설 속에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독일 작가의 <<언니, 부탁해>>소설인데 대학생 딸이 사서 읽지는 않았다고 한다. 


불행한 가족 속 자매의 이야기다. 행복한 가정 안에서 자라야 할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부족한 모습에서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 상처가 곪아 터져 괴로운 시간을 또 보낸다.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였는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남편은 그늘을 찾아서 핸드폰을 보다가 춥다며 해가 있는 쪽으로 옮긴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데 집에 있으라고 하지 않고 1시간이라도 드라이브를 하고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고 선뜻 말해줘서 고맙다. 


방 밖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오늘은 기적 같은 날이다. 나무와 바람, 자동차들, 바깥에서 독서할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다. 





의자 뒤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건 분명 누군가 뛰는 소리다. 발자국 소리만 보고도 자동적으로 러닝 하는 사람을 자연스레 쳐다보게 된다. 


작은 공원을 몇 바퀴나 뛰는 사람이 무지 부럽다.


뛸 수 없음에, 부상 회복이라는 현실에 적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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