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가지와 두 번째 가지 충돌

세 가지에 부는 바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가지가 세 개인데도 바람 잘 날 없다.


갑자기 초6학년 아들 학교 수업이 줌으로 대체되었다.

미리 말하지 않고 당일 아침 9시 수업인데 8시 30분에 말하는 아들.


우리 집 다섯 식구용 노트북은 4개, 아이패드 1개가 있다.

남편은 회사로 가져가고, 큰딸도 들고 다니고, 내 노트북은 거의 하루 종일 작업 중이다.

작은딸이 쓰던 낡은 노트북이 고장 나 버렸다.

아르바이트비로 새로 구입한 아이패드를 작은 딸은 애지중지하며 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어떡한담?

아들은 핸드폰으로 줌 수업을 시청할 수 있으나 여러 가지 미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핸드폰은 불편하다고

노트북을 달란다. 나 역시 오늘 작성해야 할 일로 인해 빌려줄 수가 없다.


작은딸 아이패드가 필요하다.


어제 하루 8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잠들어 있는 작은딸에게 살살 달래 본다. 엄마도 작업해야 하고 노트북도 하나 고장 났으니 네 아이패드를 동생에게 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자신도 아침에 써야 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에이 냉정한 것 같으니라고.


결국 내 노트북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그 대신 나는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11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작은딸. 슬슬 부아가 난다. 그럴 거면 좀 빌려주지. 2시간이면 엄마가 작업해야 할 일 거의 끝났을 텐데... 다시 말해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는 걸어야 한다.

마음을 달래야 한다. 험한 말이 나오기 전에. 내가 한 말에 내가 상처를 입고 자괴감이 들기 전에.

찬바람 산책을 하는 김에 내일 아들 졸업식에 입을 바지를 사러 간다. 한 뼘씩 자라는 탓에 바지가 다 짤막하다. 그래도 졸업식인데 제대로 갖추어 입히고 보내야지.

오늘 길에 꽃집에 들려서 꽃 한 다발도 사들고 왔다.

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도착해보니 작은딸은 아르바이트를 갔나 보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하소연을 해본다.

느긋한 남편은 '작은딸은 튕기는 게 매력적이야'라고 말한다.

참 속 편한 소리를 하는 남편, 이럴 때는 쥐어박고 싶어 진다.


저녁에 작은딸이 핑크색 편지를 동생에게 전한다.


"졸업 선물이야."

"안 받아"

"왜?"

"작은 누나가 준 거 안 받아!"


아들도 아침 노트북으로 인해 마음이 상했다.


"누나, 자면서도 안 빌려줬잖아"


넷이 모두 아들 방 앞에 서서 아들이 어떻게 하나 쳐다보고만 있다.

나는 사진을 찍었고 큰딸은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직감이 큰딸과 나에게 있었나 보다.


"열어나 봐"

"편지, 안 받아"


남편이 슬쩍 보더니


" 편지가 아니네"


아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받고는 열어본다.

찡그렸던 얼굴에 꽃봉오리가 활짝 피듯 소리 없는 웃음이 번진다.

그러더니만 쑥스러워서인지 침대에 얼굴을 묻는다.


" 쓰러집니다~ 쓰러집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웃으면서 '쓰러집니다'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른다.


"와! 5만 원이다~"


돈으로 화해를 신청한 작은딸.


아침에는 얄미웠지만 그 귀한 아르바이트비로 거금 '5만 원'을 주다니 고맙다.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자기 돈으로 아이패드를 샀으니 누구에게 빌려주기 싫었겠지.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은 특히 가기 싫다고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쉬지 않고 다녔다.

이 코로나 시기에 한번 그만두면 다시 구하기 힘들다면서 차비도 아낄 겸 다이어트도 한다면서 편도 1시간을 걸어서 간다. 그 마음을 내가 잘 헤아리지 못했다.


돈을 쓸 줄 알아야 돈도 벌게 된다.

돈을 벌고 아끼는 이유는 돈을 잘 쓰기 위해서다.


대학에 입학하면 용돈은 없다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로 쓰라고 중고등학생 때부터 말하곤 했다.

그렇게 말한 덕분인지 큰딸도 쭉 다녔고 작은딸도 작년 대학교 1학년 6월쯤에 어렵게 구하고 나서는 1년 반 이상 성실히 다니고 있다. 코로나가 좀 사그라들면 친구들과 외국 교환학생으로 가겠다며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모아야겠다고 한다. 벌써 몇 백만을 모았으니 기특하다. 작은딸은 큰딸과 달리 알뜰하지는 않았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는 돈을 많이 아낀다. 화장지가 떨어져서 자기 돈으로 사 왔을 때도 꿋꿋이, 기어이 엄마나 아빠에게 돈을 받아간다.


이제 딸들이 오프라인에서 육체적인 노동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수입 파이프라인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돈을 버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이제 큰 관문을 지났으니 다음 여려 종류의 파이프라인을 체험할 때다. 그 앞선 발자국에 엄마가 먼저 나섰다. 경제 스터디도 하고, 주식 공부도 하고,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도 팔아보고, 온라인 독서모임도 하고, 중고상품도 팔아보면서 그녀들의 경제적 안목을 키우고 있다.


작은딸은 절대 손해 보면 안 된다며, 자신이 모은 돈을 한참 망설이다 시작한 주식 투자가 3개월 째다.

"엄마, 애플 주식 20% 수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