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셋째 낳은 후 아파오는 몸

내가 아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셋째가 태어났다!


큰딸과 둘째 딸은 9살, 8살 연년생 딸이기에 친구처럼, 자매처럼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수월하게 자라고 있고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산이며 들이며 꽃구경, 놀이동산 놓치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며 즐겼다. 그런데 셋째가 떡 하니 태어났다. 딸들에게도 새로운 변화지만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였다. 마치 첫 아이를 낳은 엄마처럼 새로웠다.


작은딸이 6개월 되던 날, 일하고 싶어 몸이 아주 근질근질하다 못해 갑갑함이 하늘을 찔러서 일을 시작했다. 큰딸은 18개월. 시어머님은 아이들이 어린데 일한다며 무척 걱정하셨지만 나는 내가 더 걱정되어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집 보내는 첫날, 아이들 가방을 챙기면서 ‘이래도 되나?’ 하는 잠깐의 망설임으로 훌쩍이는 모습을 보자, 남편은 “지금까지 씩씩하게 준비해왔으면서 왜 울어?” 하며 물었다. 남편은 저리도 엄마의 마음을 모를까? 일하고 싶어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어찌 어린아이들이 눈에 밟히지 않을까?


치열하고 힘들었던 딸들의 어린이집, 유치원 기간을 보내고 네 식구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셋째를 임신하면서 입덧이 심해져서 일을 그만두었다. 입덧으로 요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먹기도 힘들어 점심은 딸들에게 학교를 다녀오면 김밥집, 설렁탕집, 마트에서 음식을 사 오는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딸들이었지만 메모지에 주문할 음식을 써주면 당연히 사 와야 되는 줄 알고 사 왔다. 그나마 둘이 손잡고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인 시절이다. ‘다시 갑갑할 텐데….’ 하는 생각이 생기기도 전에 초등 1, 2학년 뒤치다꺼리와 셋째의 출산으로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실패했던 모유 수유도 셋째에겐 처음으로 성공했고 6개월이 되자 밤에도 잠을 한번 안 깨고 통잠을 자서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어느 날 새벽이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허리가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왼쪽으로 돌아누우려 해도,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려 해도 아파서 꼼짝할 수가 없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왜 몸이 말을 안 듣지?’ 끙끙대다가 남편을 깨워서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하루 이틀 하다 말겠거니 했는데 1주일이 지나도 낫지 않길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동네병원에 다녀봐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시어머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막내를 돌봤고 나는 종합병원에 일주일 입원을 하고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혈압이 조금 낮은 것 빼고는 이상이 없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 다시 검사했지만 역시 병명은 없었다.


시어머님은 시골 일이 많아서 1~2주 후 내려가셨고 다시 나만 막내와 남겨진 시간이 많았다. 남편은 퇴근 후 저녁밥을 아이들에게 챙겨주고 아침, 점심밥까지 챙겨놓고 출근했다. 온열 매트를 사서 등과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남편이 허리를 마사지해주면 조금 풀리는 듯하지만 새벽에는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오전에는 꼼짝도 못 하다가 오후가 되면 짚고 일어나서 슬슬 걷기도 하고 설거지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도 참 힘들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남편이 참 고맙다.

몸이 나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1~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막내가 3돌이 지나자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이제야말로 아픈 몸의 원인을 찾아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집 근처 요가 강좌를 등록했다. 요가 강좌가 오전 10시 시작이라 아픈 몸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허리와 등이 아파서 가부좌로 앉기만 해도 힘들어서 찌릿찌릿했다. 등과 얼굴에는 식은땀이 났다. 허리가 아프다고 미리 요가 강사에게 말을 했더니 할 수 있을 만큼만 천천히 조금씩 하라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요가 동작도 하고 명상도 했는데 다녀오면 힘이 들어서 낮잠을 1~2시간 자야 했다. 요가만 다녀오면 하지 않던 운동을 한 것처럼 여기저기 쑤시고 더 아팠다. 남편은 운동하러 갔다가 아파지고만 온다고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워했다.


요가를 하고 오면 몸이 쑤시긴 해도 마음이 무척이나 평온했다. 요가 동작보다도 명상 시간에 눈을 감고 내 몸의 작은 변화에 집중하고 호흡을 하다 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화로웠다. “옴~”하고 다 같이 소리를 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게 했다. 머리도 맑아지고 개운하고 상쾌했다. 요가하고 2년이 지날 즈음부터 새벽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빠지지 않고 다녔다. 그 새벽의 통증을 혼자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마음과 몸을 다스리니 통증이 사라졌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변화가 아주 컸다. 몸과 마음의 관계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 명상, 요가에 관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아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하고 싶은 마음을 꽁꽁 싸매고 누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의 갑갑함이 아니었을까?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의 스트레스를 몸에 계속 쌓아둔 탓이 아니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