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이면 수영가방을 챙겨 들고 남편과 작은딸과 집을 나선다. 여름엔 환하지만 11월이 되면 깜깜하다. 새벽 6시 수영을 한다고 하면 일어나기가 힘들지 않냐고 질문을 한다. 당연히 힘들다. 졸리고 일어나기가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난다.
셋의 이유가 모두가 다르다. 남편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운동해야겠다는 생각과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서 어깨가 매우 아팠는데 수영으로 거의 다 나은 상태다. 작은딸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수영한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수영한 이후 4년째 같은 몸무게다.
나는 왜 새벽 수영을 할까?
운동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막내를 낳은 후 3년 동안 허리가 아팠고 요가와 명상으로 나았기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는 아픈 거 사절이다. 나의 1순위는 운동이다. 아프지 않은 상태가 자유로운 상태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후에 수영하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빠지기 쉬운데 새벽에는 일어나기 힘든 것 말고는 변수가 없어서 가능하다. 자는 막내를 큰딸에게 맡기고 다니기도 편하다. 수영 다녀오면 하루가 상쾌하고 활력이 생긴다. 남편과 딸이 같이 다니기 때문에 서로서로 가자고 격려하기 때문에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
수영 강사는 1시간 수영으로 힘을 홀딱 빼놓는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박박 긁어서 수영하게 만든다. 탈진할 것 같지만 끝나고 나면 어디서 다시 에너지가 솟아나는지 모르겠다. 마치 쌀을 퍼내도 계속 생기는 화수분처럼 힘을 다 뺏는 데도 힘이 생긴다. 계속 한계에 부딪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못할 것 같지만 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쾌감이 아주 크다. 몸을 리셋시키는 수영이 싫어질 리가 없다.
처음에 힘들게 배웠기 때문에 계속하고 싶다. 물이 무서워서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수영 강좌를 등록하고 수영복을 산 후에도 몇 번이나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다. 다행히 강좌 첫날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니 억지로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강사는 수용했다. 다른 수강생들은 모두 발차기와 물안경을 쓰고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 연습을 한 후 보드를 잡고 왔다 갔다 했다. 30분이 지나도록 나는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 것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1초 연습하고 나서, 2초, 5초, 10초 연습을 했다. 그날은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하루였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남들보다 힘들게 시작했지만 같이 다니기 시작한 사람들은 다 그만두고 혼자만 계속 다니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낸 경험은 다른 무엇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새벽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명상 효과가 있다. 처음에는 팔다리를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어느 순간 자동으로 팔다리가 움직이고 있고 호흡만 할 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될 때가 있다. 이 순간이 명상이 되는 순간인 것 같다. 때론 수영장 바닥을 내려다보면 물이 아른거리거나 물결을 볼 때도 있는데 지긋이 바라볼 때도 명상할 때처럼 평온한 순간이다.
운동은 항상 나에게 신체와 마음을 같이 운동하게 만든다.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평온해지게 하는 것이다. 요가도, 수영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거나 집중되는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이 명상의 순간이고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아를 만날 수 있는 3가지가 있는데 운동, 명상, 여행이다. 거친 몸을 운동하다 보면 순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명상의 순간이고 나를 만나게 된다. 거친 순간이 지나야 만 평온한 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인 셈이다. 명상도 호흡하면서 내면을 바라보는 순간 나를 만나게 된다. 여행도 낯선 지역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나, 순수했던 예전의 나를 만난다. 나에게 운동은 자아를 만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므로 계속 진행 중이다. 몸 공부 마음공부를 같이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