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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들레의 이야기책빵
Oct 21. 2021
셋째 낳은 후 아파오는 몸
손목이 아파서 모유 수유 중단하다
서른아홉 살에 셋째를 낳는 것은 많은 도전을 의미했다.
병원에서는 노산이라 태아가 걱정된다며 이런저런 검사를 다 받게 했고 “노산이라서…. 노산이라서….”라는 말을 항상 덧붙였다. 임신 6개월이 지난 후 진행되는 태아에 대한 검사는 받지 않기로 남편과 사전에 결정했다. 검사가 오히려 더 불안감만을 초래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내와 놀아줄 체력은 될까?
남자아이라 축구도 해달라고 할 테고 뒹굴뒹굴 놀아달라고 할 텐데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달린 내가 방치하는 건 아닐까? 출산 후 놀아주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하겠다. 늦둥이 낳으신 분들이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체력은 둘째로 치고 당분간 다시 일을 시작하기 힘들겠다는 생각과 경제적 자유는 이제 슬슬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맞벌이하다가 외벌이로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게 가능할까? 기본적인 것도 해주지 못해서 가슴 아픈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도 힘들다는 요즘에 셋이나 낳는 이유는 뭘까? 아이들에게 원망이나 듣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보다도 출산 후 첫 번째 부딪힌 문제는 모유 수유였다. 큰딸은 모유 수유에 실패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싶었으나 친정이 먼 관계로 몸조리를 해주셨던 시어머님이 모유량이 적다며 분유를 사 오셔서 먹이기 시작하고 나서는 모유는 먹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작은딸도 그렇게 똑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강하게 말하지 못한 나의 의지 없음과 무지 탓이었다.
셋째야말로 성공하리라 마음먹었고 다행히 설날 며칠 전에 낳아서 병원 퇴원 후 남편이 일주일 이상 몸조리를 해주었다. 모유량이 적어도 무조건 모유 수유를 하겠다는 나의 의지에 남편도 지켜봐 주었다. 초유는 양이 적어도 신생아에겐 충분하다는 정보로 일주일을 버티었더니 충분한 모유량이 가능하게 되었다. 힘든데도 모유 수유하려는 모습에 남편이 대단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슨 생각에 그리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많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 아이 셋을 키워본 엄마의 경험이다.
모유가 부족하지 않아 잘 먹는 것은 좋았지만 100일이 지나니 몸무게가 쑥쑥 늘어났다.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안아서 모유 수유하려면 팔과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손으로 빨아야 하는 아기 옷도 있어서 손빨래하는 것도 한몫했다. 거기다가 출산 후 6개월 후부터 아프기 시작한 허리, 등 통증은 손목부터 시작한 게 아닐까 한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생기는 육아 중인 엄마들만이 아는 통증이다. 결국 돌이 될 때까지 모유를 먹이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10개월 만에 분유로 옮겼다. 그 옮기는 과정에 분유를 안 먹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며칠이나 고생하기도 했다. 산 넘어 산이었다.
그 아픈 손목은 7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요가를 하면서 허리와 등이 아픈 통증은 2년 만에 없어졌지만, 손목은 수영을 시작한 한참 후에나 사라졌다. 그만큼 육아를 한다는 것은 엄마들에게 많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빨리 알아차려서 조심하거나 치료를 해야 하건만 그러기 쉽지 않다. 다른 아이들도 있고 누구에게 맡길 수 있는 상황이 못되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면서 명상하면서 평상시에 통증이 있었던 곳을 지긋이 바라봐주면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는데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치 마음을 헤아리듯 상처를, 통증을 바라봐줄 때 힘들었던 마음마저 치유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몸이 아프거든 마음을 바라봐주고 마음이 아프거든 몸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몸 공부 마음공부를 같이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