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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8km 러닝, 하프의 가능성을 본 날


한강 18km 러닝, 하프의 가능성을 본 날



오늘 한강 18km 러닝 해볼까?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토요일 07시에 스트레칭을 하고 한강을 향해 러닝하기 시작합니다. 


뛰기 전 각자의 목표를 이야기합니다. 아침에 출근하셔야 하는 분들은 10km만 뛰고 가시기로 하고 나머지는 한강 찍고 18km로 목표를 잡으셨어요. 


저는 발목 골절 수술 후 재활하느라 걷기 1시간, 1분 조깅부터 1시간 조깅까지 단계적으로 해왔어요. 10km가 최장거리라서 언제 15km로 뛸까 시기만 보고 있었지요. 무리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조심하면서러닝하고 있었거든요. 


19도로 날씨도 아주 좋았지요. 저도 일단 18km로 목표를 잡고 뛰기로 했어요. 10km 대회 3회, 5km이상은 꾸준히 2개월 정도 매일 달린 것 같아요. 


재활 훈련의 힘을 믿고, 단계적으로 조깅한 힘을 믿고 뛰어보기로 했어요. 


광명 마라톤 클럽 팀을 먼저 보내고 저는 저만의 페이스로 달렸어요. 같은 페이스로 달리면 18km완주가

힘들 것 같았거든요.


발목 골절 전 30km 평균 페이스가 5분 50초였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발목 골절 이후 모든 페이스가 새롭게 세팅되어야함을 알고 있어요. 


7분 20초 페이스로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었고 1km 지난 이후에는 워치를 보지 않고 몸의 페이스대로 달려보기로 했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죠. 


다행히 5km가 넘어서자 몸이 풀렸고 가벼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페이스는 빠르게 하지 말자며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뛰었어요. 


8km가 지나자 먼저 앞선 회원들은 한강 턴을 하고 돌아오고 있었어요. 


기다리지 말라며 먼저 가라고 인사를 나누고 한강을 향해 갔죠. 다행히 왼쪽 발목의 통증은 없었고 9km 반환점 돌고 난 후에도 10km는 가능하지만 아프면 언제라도 멈추자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거의 6개월 만에 한강을 뛰어서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했어요. 


6개월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때는 여럿이 같이 와서 한강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함께 이동했다는 것이죠. 속도가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하는데 저는 많이 느린 탓에 홀로 달려야함이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9.3 km 1시간 5분에 한강을 찍고 다시 광명을 향해 러닝하기 시작합니다. 


15km가 넘어설 즈음까지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해서 계속 달리기 시작했어요. 주변의 나무들과

하늘과 단풍나무들을 보느라 그리 지루한 줄은 몰랐어요. 이 가을만이 주는 혜택입니다.


슬슬 목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덥지 않아서 그다지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주변에 수도도 없고 편의점도 없으니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가끔씩 다른 마라톤 클럽 식수대가 보이면 물 한 컵을 두어 번 얻어 마신 적도 있었는데 오늘따라 보이지가 않았어요. 


다행히 다리 밑에서 음료를 파는 아저씨를 만났어요. 물 한 병을 사서 다시 들고 뛰기 시작합니다. 


물 한 통도 귀찮아지기 시작해서 일부는 버리고 마실 만큼만 남겨두었어요. 


뛸 때는 손에 들고 뛰는 게 엄청 귀찮고 힘든데 어쩔 수 없이 물을 들고 뛸 수 밖에 없었네요. 이렇게 컨디션 좋을 때 하프 거리까지 달려볼까,잠깐 고민하기도 했어요. 


18km에 3.097km만 더 달리면 되는데 달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무리하지 말자, 단계적으로 하자, 욕심내지 말자, 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죠. 


오늘만 날이 아니다. 차근차근 거리를 늘려나가자고 다독였지요. 


어떤 대회건 마지막 1km가 가장 힘든 법입니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기진맥진했지만 무척이나 뿌듯했어요. 와~ 드디어 10km만 달리던 내가 18km를 달렸구나 하는 성취감과 안도감.


귀가하는 풍경마다 하늘도 예쁘고 물든 나무도 어찌 그리 이뻐보이는지요. 내 마음이 기쁘니 다 좋아보이는 거겠죠.


다음엔 하프를 달려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프의 가능성을 본 날입니다. 


광명마라톤클럽 단톡방에 하프 가능성을 본 날이라고 했더니 풀코스 가능성이라고 덕담을 해주시더군요. 


11월 누적거리 목표는 200km입니다. 매일 조깅을 하니까 5km씩 달리고  주말에 10km 달리면 가능한 거리입니다. 


15일까지 107km를 달렸고, 18일 현재까지 133km를 달려서 순항 중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15일로 나누고, 주말로 나누고, 일일로 나눴더니 주중에는 5km, 주말에는 10km씩 달리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설정한 목표입니다. 


무엇보다도 재활 기간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키워나가는 생각이고, 발목강화를 위해서 장거리보다 단거리 위주로 자주 뛰려고 합니다. 


한강 18km는 저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러닝이었습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재활'은 하프 완주로 보고 있습니다. 다녀 완서 조금 뻐근함이 있었지만 뒷날 5km 러닝도 가능해서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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