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필사와 창작 시를 쓰면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 지루한 필사를 뭐 하려 해, 시간 아깝게..."
효율성과 효과와 시간을 중요시하는 내게 필사는 지루함, 시간 아까움, 재미없음으로 다가왔었다.
우연히 논어 필사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11개월 만에 엄청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일단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막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망설임이 없이 자신감 있게 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상관없이 글 쓰는 습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논어는 한두 구절만 필사해도 말이 어려워 생각을 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루 3~4시간씩 쓴 기억이 난다. 필사는 3분, 생각 쓰기는 3~4시간. ㅎㅎ
내가 필사 팀을 운영하면 시작은 덜 부담스러운 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짧은 시를 필사해 보자고 생각해서 운영하게 되었다.
순수하게 쉽고, 짧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로. 시집 필사 팀에 오시는 분들은 힐링하러, 좋은 글을 경험하러 오셨다.
그러다가 진행하다 문제가 생겼다. 필사한 노트 사진을 네이버 카페에 올리면 안 된다는 시집 출판사의 말.어떻게 할까, 시집 필사 모임에 필사한 내용을 올리지 못하다니.. 이 모임 접어야 하나...
그럼, 우리가 시를 지으면 어떨까? 우리글은 우리에게 저작권이 있으니까. 모두들 동의하고 노트에는 시집을 필사하고 카페에는 창작시만 한 줄이라도 올리기 시작했다. 단톡방에는 필사한 내용 올렸다가 모임이 끝나면 삭제하면 그만이었다.
시집 필사 출간 모임을 10기 운영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첫 문제가 바로 이 문제였고 어쩌다 보니 창작 시를 쓰게 되었고 시집 출간까지 이어졌다.
시간을 짧게 활용하려고 한 시집이 창작 시까지 쓰게 된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독 시집은 생각도 못 하고 공동시집으로 총 5권이 만들어졌다.
1기가 3개월 과정인데 꾸준히 필사와 시를 쓰시고 5권 공동시집을 낸 분들에게 감사하다. 창작 시를 쓰기 어려운 분들은 필사만 하기도 했다(선택 가능).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의 힘으로 이겨내기도 했다. 한글 프로그램에 작성해서 모르는 부분은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시 쓰기 관련 책을 읽고, 시 강좌를 수강하면서 쓰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이드가 되어주셨다.
2021년 시작한 모임에 힘입어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저는 2023년 1에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이순주 님과, 유영숙 님도 이 모임을 하다가 정보를 서로서로 얻게 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기가 된 것 같아 무척 기쁜 일이었다.
공동 시집만 출간하다 단독 시집까지 내게 되었다. 조소연 님, 유영숙 님과 제가 8기 과정 후 단독 시집은 의미가 컸다.
저는 마라톤 6년 차로 마라톤에 관한 시집을 쓰고 싶었다. '마라톤, 시처럼 아름답게'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다녀오고 제목을 지었다. 도로에서 응원하는 사람들, 천천히 뛰어도 즐기는 러너들에게서 이런 제목의 의미를, 이런 마라톤의 힘을 전달하고 싶었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시집 출간하기인데 이렇게 빨리, 이렇게 우연히 낼 줄 몰랐다. 자가출판 사이트인 부크크 덕분이다.
9기에는 이순주 님, 유영숙 님과 저 셋이서 다시 단독 시집을 출간했다.
1기에 시작한 조촐하게 시집 필사 하루 5분만 하려던 모임이 계속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만 하다.
예술인 활동증명 확인서는 유영숙 님이 등록하셨다고 알려주셨다. 전에 다른 분이 소개해 주셨는데 서류 제출 과정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출간 시집 2권으로 다시 도전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문제였다. ㅎㅎ
이제 문학 분야에 예술인이다. 기간만 맞는다면, 신진예술인과 경력 예술인으로 지원 신청도 가능하다. 예술인 패스 카드도 발급(2개월 소요) 되어 공연 30~40% 할인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혜택보다 자긍심이 생겼다.
3개월 과정 시집 필사 출간 모임 10기 운영하다 보니 많은 일들이 생겼고 문제점도 생겼다.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니 시집 출간, 시인 등단, 예술인 등록까지 가능해지고 성장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출간해도 줌으로 출간식을 하거나 식사만 간단히 했는데 그 이후에는 음악이 있는 출간식을 하게 되어할 때마다 기분이 좋고 축하하는 자리가 되니 동기부여도 아주 크다. 3개월 과정의 필사, 창작 시, 편집의 고통이 스르르르 사라진다.
좋은 시를 경험하고 필사하는 동안 힐링하고 그 시간 자체가 명상 같다고 생각하시고 수강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때론 3개월 과정이 힘에 부칠 때도 있고, 시가 잘 지어지지 않아 고민할 때도 있는데 그 또한 이겨내는 과정이 시 같은 삶이 아닌가 합니다. 쉽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어려운 게 더 의미가 있을 때도 있다.
어렵다고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필사와 시 쓰는 과정을 즐기고, 문제가 생기면 헤쳐나가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와서 시인 등단, 출간, 예술인 등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하시는 분들과 같이 동반성장하니 더 기쁜 일이다.
시를 만들어가는 과정, 시인을 만들어가는 과정, 시집을 만들어가는 과정, 예술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니...
4기수 연속 신청하시는 유영숙 님의 글. 작가의 본성을 기분 좋게 자극받으셨다니 제가 오히려 더 힘을 받은 분이시다.
10기 운영하면서 실수했던 일들이 다른 분들에게는 시간, 비용, 노력 등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집 필사 출간 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던 많은 분들, 시인이라는 말도, 시집 출간도, 예술인 등록도, 사람, 사물, 삶을 보는 시선도 다양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쓰면서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우연하게 시작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는 노력이 필요함을 배운다.
과정에서 좋은 글을 필사하는 즐거움, 내 안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현하며 창작 시를 쓰는 기쁨, 사물을 관찰하며 다른 시선으로 보는 나의 모습이 이 모임을 통해 바뀌고 성장했다.
나의 삶은 이렇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
시로 글쓰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성장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글, 의미 있는 책을 출간하려는 꿈을 꾼다. 시로 표현하려는 습관이 다른 책을 출간하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시를 잘 써서 시인이 아니라 자주 써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