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왼손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동온 디지털 드로잉의 리더이신 동온 님은 왼손으로 그리면 자유롭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 대신 왼손으로 그려본 느낌을 전달해 볼까 합니다.
동온 님의 MDD(MY DAILY DRAWING)은 주 5일 아이패드 디지털 드로잉 챌린지 모임입니다. 각 요일마다 미션이 주어지는데요, 수요일은 왼손 드로잉을 하는 날입니다. 저는 2개월째 참여 중이라 6개를 그려봤습니다. 아직 그리고 싶은 대상을 그릴 정도는 아니고 인터넷에 있는 그림을 보고 그리는 수준입니다.
왼손 드로잉 초보자가 느낀 점을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저는 작은 그림 하나를 그리는 데에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것 같아요. 보고 그리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왕초보입니다. 제일 부담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제일 부끄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좋은 점은 어차피 왼손이기 때문에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습니다.
오른손이나 왼손이나 아직은 서툴기만 한데 그래도 오른손보다 왼손은 부담 없이 그리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누구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나서 단톡방에 올리는 것 자체가 초보자에겐 아주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고수님들의 그림 수준이 높으시거든요. 배우는 자세로 겸손하게 올리고 있어요. 오른손보다 확실히 부담이 적어요.
'어차피 못 그리지만 왼손이니까~ ' 라고 생각하는 거죠.
두 번째는 작은 소품 위주로 그리기 때문에 간단하게 그릴 수 있어요. 오른손으로 드로잉을 하면 연필 하나만 그리기엔 부족해 보이죠. 최소한으로 그려야 하는 그림 내용이 있기 때문에 시간도, 아이디어도 많이 필요한데 왼손 드로잉은 소품 위주라 내용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컵 하나만 그려도 되고, 책 한 권만 그려도 되니까요.
저는 필사의 효과를 보고 그 이후 필사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왼손 필사도 가끔 해봤는데요.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많이는 쓰지 않고 짧은 문장 하나만 써도 느낌이 달라요. 아주 마음 깊이 새기는 느낌이었어요. 어느 분은 책 한 권을 왼손으로 필사한 경험을 가지기도 하셨어요. 오른손도 힘든데 왼손으로.... 다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에 새기고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왼손 필사도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왼손으로 쓰면 정말 중요한 문장의 책으로 골라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덜어낸 글을 쓰려고 하겠죠. 왼손 드로잉도 최소한 필요한 부분만을 그리려고 하니 단순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 번째는 주변의 뒹구는 물건들을 관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당연히 관찰을 해야지만 매일 보는 연필이나 컵을 자세히 보지는 않죠. 드로잉을 하려면 보고 또 봐야 한다는 겁니다. 관찰력이 필수인 셈이죠. 오른손은 전체의 구도를 더 많이 생각하는 반면에 왼손은 작은 소품을 더 자세히 보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게 돼요.
왼손으로 그리면 일단 사용하지 않는 손을 그리기 때문에 두뇌가 발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과 뇌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새로운 두뇌회로가 막 생기는 그런 느낌이에요. 양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데 왠지 그런 아이디어가 막 나올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왼손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낯설어서 재밌는 그런 느낌. 그거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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