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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글도 다 표현하려고 하지 말라




대상의 모습을 다 그리려 하지 말고, 중요 부분만 포인트로 잡아내세요. 멀리 있는 대상을 줌렌즈로 끌어와 순간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세요

무한화서 59p(이성복)



시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아주 비슷합니다. 본질은 서로 통하는 것 같죠? 이성복 작가의 '무한화서'와 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필사하고 있어요.


무한화서는 시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시 쓰는 방법과 그의 시집을 같이 읽으니 연관 지어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아주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시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무한화서' 책 전체를 하루 3 단락씩 필사하고 시 1편씩 필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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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1


이성복


가라고 가라고 소리쳐 보냈더니

꺼이꺼이 울며 가더니

한밤중 당신은 창가에 와서 웁니다


창가 후박나무 잎새를 치고

포석을 치고

담벼락을 치고 울더니


창을 열면 창턱을 뛰어넘어

온몸을 적십니다.



이 시에서도 비를 통해서헤어진 연인이나 가족, 지인과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를 줌인(zoon-in)으로 끌어와서 슬픔을 극대화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창가에 와서 웁니다','창턱을 뛰어넘어 온몸을 적십니다' 비의 표현의 마치 사람이 하는 거 마냥 의인화했기 때문에 감정이 잘 전달돼요. 저도 책상 위 스탠드를 보면서 저도 줌인해서 자작시 지었어요.



스탠드



김민들레



반짝이는 진주 구슬이 3개씩 9줄이 박혀있다

진주 팔찌 좋아하는 울 언니 톡톡 떼어줄까


어쩌나

스위치만 끄면 진주 구슬이 사라진다


줄지어 늘어선 진주 구슬은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 나의 어두운 눈을 밝히려

길쭉한 사각 틀 안에 평생 갇혀 산다


손가락이나 팔을 빛내주기보다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진주인가 보다



스탠드 LED 동그란 전구들이 마치 진주 같아서 쓴 시에요. 시뿐만 아니라포인트를 잡아내는 게 드로잉도 비슷해요. 드로잉을 배우고 있는데요. 아주 공감이 됩니다.


시나, 그림도 보기엔 복잡해 보이지만 각자가 가지는 시선에서 중요 포인트만 잡아내라는 '무한화서'의 이성복 시인의 말에 공감하며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시를 쓰면서 무의미한 내용을 의미 있게 쓰거나 중요하게 쓰거든요.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사소한 일상의 시장 모습이지만 그림을 그리면 그 포인트는 아주 가치 있는 일상이 되어버려요.


일부로 전체를 표현하는 건 시나 그림이나 똑같군요.


국화차 한 알갱이를 뜨거운 물에 띄우면 국화꽃 전체가 살아나지요. 일상에서 예술이 하는 일도

그와 같아요.

무한화서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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