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제시되자마자 저는 두 여인이 눈에 띄었어요. 왜일까요?
건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릴 때는 건물은 그리지 말자라고 생각해버렸어요.
동온 디지털 드로잉 모임 (My Daily Drawing: MDD)에서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 모임을 하고 있어요.
직접 그림을 그린 그림책을 출간하는 게 목표에요. 그전에는 동온 님의 그림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드로잉을 배우고 있어요.
월, 화는 제시된 사진을 보고 3포인트로 잡고 그림을 그려요.
저에게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에요. 초보자의 방황 같은 거지요. 그리기는 해야 하는데 그리는 방법을 몰라서 짧은 시간에 배운 내용을 총망라해서 다른 분들 그림을 참고하며 그려나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명함판으로 봐야 무슨 애틋함이 있겠어요. 스냅사진에는 한 개인의 내밀한 순간이 들어 있지만, 명함판 사진에는 곧 버려질 사회적인 가면일 뿐이에요.
무한화서 61p
스냅사진에, 각자의 드로잉에 각자의 이야기, 각자의 내밀한 순간이 들어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월요일은 클라라 회원님이 제안한 사진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사진 느낌으로는 휴가 간 자매, 친구들의 모습으로 보이고 한여름 같아요. 나무 그늘과 카페 안의 시원함도 엿보이네요. 나무 아래 테이블에서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좋겠어요.
리더 동온 님의 그림은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요. 연한 갈색. 저는 아직 저만의 색깔을 찾지 못했어요.
자신만의 3가지 색깔로 그리는 날도 있는데 아마 그리다 보면 찾을 것 같아요. 최소한의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편견을 없애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어요. 파란색으로 나무를 그릴 수도 있고 연한 갈색으로 하늘을 그릴 수도 있죠.
독서, 글쓰기만큼이나 창의성, 편견, 사고의 깊이와 넓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배우고 있어요.
나무의 표현도 개성이 있어요. 저는 일반적인 나무만 그리는데 다양한 나무 그리는 모습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눈여겨 보고만 있음, 그리지는 못함.ㅎㅎ)
오해표님 그림은 색감 선정이 정말 깔끔하고 조화로워요. 전 바닥을 이렇게 할 생각을 못 해요. 베이지나, 흙색이나, 회색 정도로 했을 거예요.
주황? 다홍색 계열의 바닥과 건물 지붕의 색도 연결되어서 아주 시원스러워요.
건물의 그림자로, 차양의 그림자로 입체감을 살렸어요. 나무의 잎과 건물 옆 초록이가 있어서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시원한 여름이란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Happy님의 사진은 사람이 포인트에요. 친구인 듯, 연인인 듯(?), 지인인 듯. 옷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와우! 핫핑크, 민트색~ 흰색 탑과 너무 잘 어울려요.
두 사람의 팔 동작이 대비되네요. 바지 입은 여인은 활동적으로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요. 민트 여인은 다소곳한 느낌이지만 세련되어 보이고요.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줘요, 앞모습은 위장할 수 있어도, 뒷모습은 속일 수가 없어요. 대상의 뒷모습을 포착하는 시는 조용하게 다가오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요.
무한화서 61p
'무한화서'가 시에 대한 책이지만 그림에 적용해도 딱 맞아요. 놀라면서 조금씩 전체 필사하고 있어요. 시 쓰기와 그림 그리는 데에 이론적 배경을 깔아주는 지대한 영향을 저에게 주고 있어요.
더운 여름에 시원한 색깔이에요. 두 색깔이 조화가 이루어졌어요.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보는 대로 말하는 거예요. 그림 감상은 각자 취향대로 하는 거니까요.
유리창의 파란색이 청량감을 주고 건물 지붕 노란색도 아주 밝아서 좋아요. 나무도 연두색으로 밝아요.
전체적으로 밝은 여름의 모습이라서 그림을 보는 내내 개운하게, 상쾌하게, 시원하게 감상하게 되네요.
요술램프 지니님의 그림이에요. 바닥의 턱, 입체감 보세요~ 저는 이런 표현이 아주 약해서 볼수록 이런 세심함에 놀라면서 배워요.
해군 수병들은 육군과 달리 머리를 약간 길러요. 물에 빠지면 건져 올리기 위해서라 하지요. 디테일이란 그런 거예요. 생명을 좌우하는 것들은 본래 사소한 것들이에요.
무한화서 62p
사소한 디테일이 그림을 살린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에요.
검정 유리창 문에 조금 칠한 하얀색, 건물 옆 초록 화분, 무심한 듯 그린 하늘, 지붕의 작은 터치들, 건물 너머 나무들도 아주 자연스러워요.
특히 검정색 선탠을 짙게 한 건물 안에는 누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들어요.
와우! 왼쪽 건물 일부 그림자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 있네요. 보이죠?
Smile님의 드로잉인데요. 멀리서 바다가 반짝할 때가 있는데 이런 걸 '순간포착'이라고 하겠죠.
그림자가 아주 입체감을 살려주네요. 철제 의자와 조금 더러워 보이는 바닥의 자연스러움, 초록과 구름의 싱그러움이 눈에 띕니다.
이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 정말 시원하겠어요. 순간 이동을 하고 싶은 드로잉이었어요.
클라라님의 드로잉이에요. 창문 너머 나무가 아주 돋보입니다. 개성이 아주 뚜렷하죠.
사진 하나를 보고 이렇게나 각자 다른 시선을 갖고 그리니 너무 재밌어요. 바닥의 그림자로 보니 한낮일까요?
이렇게 뻥 뚫린 창이나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싶어요.
마지막은 저의 디지털 드로잉.
사진과 많이 다르죠. 똑같이 그릴 능력이 아직 부족이라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어요. 3포인트는 나무, 바닥, 사람. 네 여인은 캔바 이미지 생성해서몸통만 거의 따라 그렸어요.
그 대신 원피스를 모두 제가 그렸고 원피스 무늬도 제가 골라 입히는 호사를 누렸어요.
건물보다는 나무와 사람을 그리고 싶어서 나무는 크게 여인 두 명에서 네 명으로 그렸죠.
저는 네 자매에요. 남자형제도 있지만 ㅎㅎ 일단, 빼고. 자매들끼리 여행도 다니고 싸우기도 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도 다녀요.
각자 다른 지역에 살아서 1년에 1회 만나기도 어렵지만 전화는 가끔 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일본 후쿠오카 온천 여행이었어요. 모두 생계에 바쁜 사람들이라 2박 3일 기간 동안 여행은 조금하고, 매일 온천 위주로 힐링했어요.
남이섬 갔던 기억도 있어요. 위 그림은 아마도 남이섬 갔던 추억이 떠올라서 그렸을까요? 모두 걷기와 숲을 좋아해요.
마음대로 키도 부풀리고 원피스도 이쁘게 입혀보는 상상을 한 행복한 드로잉이었어요.
저는 넷 중 어느 색깔의 옷을 입었을까요?
그림에도, 글에도 스토리를 입히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직접 그린 분들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듣고 싶어지네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요.